90년 전 美서 별세한 고(故) 정원도 선생 유해 못찾고 훈장도 계류
김재기 전남대 교수 “지역 출신 수만 명…서훈 추서 120여명 그쳐”
서훈을 받지 못하거나 조사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광주·전남 출신 해외 독립운동가에 대한 지자체 차원에서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당수의 이 지역 출신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이 빛을 보지 못한채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1일 광주시 서구 금호동 서구문화원에서 열리는 ‘2023문화아카데미’ 강연에 앞서 광주·전남 출신 수만 명이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에도 고작 120여명이 서훈을 추서받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광주 출신이자 해외에서 망명하며 독립운동해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 고(故) 정원도 선생에 주목했다. 정 선생은 1880년에 태어나 1905년 전후로 미국으로 망명, 미국 대한인국민회에서 활동했다. 1912년에는 대한인국민회 기관지인 ‘신한민보’ 주필 겸 편집인을 맡았으며 수차례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다 1932년 뉴욕에서 별세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정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으나 국가보훈부는 8년째 계류중이다. 90년이 지나도록 정 선생의 유해 위치는커녕 후손조차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아직도 상당수의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들이 정 선생처럼 행적·기록·후손 등을 찾지 못해 공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1년에 걸쳐 보훈부 및 일본·미국·멕시코 현지 자료를 확보해 조사한 결과 일본 지역 30여명, 미주 지역 300여명, 멕시코·쿠바 지역 30여명의 광주·전남 출신 해외 독립운동가가 서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추정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지난 6월 쿠바에서 활동한 해남 출신 독립운동가 주한옥 선생의 가족을 발굴해 보훈부에 계류 중이던 서훈을 전달했다. 최근에는 해남 출신이자 멕시코에서 최소 17차례 이상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한 허재호 선생의 기록과 그 손자 루이스 올센씨를 찾았는데, 허 선생 또한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오는 8월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숨겨진 광주·전남 출신 해외 독립운동가를 찾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발굴 작업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말이다.
보훈부의 조사가 해외 교민사회 활동 기록, 제보, 사료 등을 수합한 뒤 조사를 시작하므로 조사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이 지역 독립운동가를 찾는 일인데, 보훈부에 일임하기에는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광주시에서 나서서 국가보훈부 사료와 재판자료, 사찰자료, 본적 정보 등을 전수조사해 이 지역 미서훈자 및 후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국·전세계적으로 발굴 사업을 진행 중이며, 효과적인 발굴을 위해서는 제보나 사료 등 객관적 자료가 모여야 한다”며 “지자체에서 자료 발굴에 나서 지원해 주면 미서훈자·후손 발굴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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