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명창·채향순 명무 등
우리 가락으로 관객과 동행
아무래도 ‘호우시절’이라는 말이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근래 쏟아지는 장대비가 시절을 알고 오는 좋은 비 같지 않아서다. 연일 이어지는 우기에 시민들의 마음도 답답하기만 할 터다. 이럴 때일수록 아름다운 우리 가락 한 소절로나마 마음의 위로를 얻었으면 싶다.
국립남도국악원(원장 명현)은 오는 22일 오후 3시 대극당 진악당에서 기획공연 ‘예인동행’을 연다. ‘명인’, ‘명창’, ‘명무’, ‘명고’ 등 우리 소리의 대가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동행한다는 취지.
공연의 제목이기도 한 ‘예인동행’은 국악계의 예인(藝人)들이 모여 결성한 재능기부 공연 단체의 이름이다. 그동안 문화 소외지대인 교도소, 학교, 종교단체 등에 방문해 재능기부 공연을 펼쳐 왔다.(이번 공연 또한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수연 명창의 판소리 ‘수궁가’ 중 ‘별주부 산신제 지내는 대목’이 공연의 막을 연다.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하러 출정하기 전 산신께 제(祭)를 올리는 장면을 담고 있다. “한 곳을 바라보니 묘헌 김생이 앉었다. 두 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지는 묘똑”이라는 가사는 토 선생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채향순 명무의 ‘승무’도 예정돼 있다. 절절한 북소리와 어우러지는 순백의 고깔과 얇은 사의 움직임이 기대된다. 고요함 속에서 움직이는 승무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어 신영희 명창과 왕기석·왕기철 형제 명창의 춘향가 중 ‘어사상봉 대목’이 펼쳐진다. 어사또와 춘향이 상봉하는 감동의 장면이 절절한 목소리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무대에 오르는 왕씨 형제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2살 형인 왕기석은 현재 국립전통예술고 교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동생 왕기철은 국립민속국악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원장현 명인의 ‘원장현류 대금산조’도 볼 수 있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산조(기악 독주곡) 중에서도 다른 유파보다 본청(중심음)을 조금 낮게 잡는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편안한 음색과 다채로운 변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이호연 명창의 ‘노랫가락’, ‘태평가’, ‘창부타령’과 진유림 명무의 ‘살풀이’도 선보일 예정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 이수자인 진유림의 우리 춤사위도 펼쳐진다
대단원은 김수연, 신영희, 유영애 명창과 김영길(아쟁) 명인의 남도잡가 ‘육자배기’가 장식한다.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우리 신명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남도, 경기소리, 기악, 무용 등 다양한 국악 분야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남도국악원 누리집 참조, 국악원 장악과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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