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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오월의 아픔 위무한 천상의 날갯짓

by 광주일보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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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발레단,‘DIVINE’ 공연 리뷰
성결한 분위기에 관객들 압도
광주만의 브랜드가치·철학 보여줘

새하얀 남녀 무용수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관객들은 폴란드의 성지 ‘검은 예배당’에 들어와 있는 듯 엄숙했다. 발레리노는 무대 전체를 뒤덮는 초대형 암막커튼을 튀튀(발레 스커트)인 양 허리춤에 두르고, 흑막과 혼연일체가 됐다. 흘러나오던 성가 ‘아베 마리아’는 성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들을 압도했다.

한 마리 블랙 스완의 몸짓이 잦아들자 다시 순백의 발레리나들이 몰려와 천사들의 열병식을 재현했다. 이들의 검고 흰 군무를 ‘신성(Divine)’하다고 묘사한 표현을 대체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지난 14~15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광주시립발레단(예술감독 박경숙)의 134회 정기공연 ‘DIVINE’은 광주만의 브랜드가치와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5·18민주화항쟁을 모티브로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작품 구성과 안무만큼은 컨템포러리 발레답게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이었다.

이번 작품은 박경숙 감독이 ‘광주시립발레단만의 특성을 담은 공연’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획했다. 광주 출신의 발레마스터 주재만이 안무가로 동참해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됐다. 보그단, 강은혜, 이택영, 강은혜 등이 무대에 올랐으며, 관객들은 75분 동안 민주화운동이라는 주제로 전개되는 세 섹션의 10개의 악곡과 춤을 감상했다.

먼저 1장은 ‘자유(Freedom)’라는 제목으로 5개 노래와 안무가 펼쳐졌다. 오월 이전부터 군부독재의 불안에 고뇌하던 광주시민들의 모습을 ‘내가 침묵한다면’ 등의 악곡에 담아냈다. 무용수들은 바닥에 흩뿌려진 잿가루를 내리치며 통곡하는 것으로 고뇌를 표현했다. 전위적이고 과감한 안무는 단원들의 춤과 결합돼 압제 하의 광주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첫 섹션에서는 무용수들이 바닥에 주저앉거나 구르는 동작이 많았다. 공중을 점프하는 ‘그랑제떼’나 ‘소떼’ 같은 발레의 화려한 기교는 초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1980년 5월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표현하는 데 바닥을 구르는 장면이 제격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솟아나는 꽃봉오리를 묘사하는 동작은 간절한 민주화의 열망이 담겨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어 사선으로 쏟아지는 주홍빛 조명. 민주화 열사들의 투옥된 쇠창살 감옥을 연상하게 만드는 조명 너머로 “So dark, So dark, So cold, So silent”라는 노랫말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To grave(무덤으로)”라는 가사로 마무리됐는데 죽음을 은유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시신을 운구하듯 서로 질질 끌고 다니며 당시를 재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마다 광주의 한(恨)이 스며 있었다.

2장은 ‘Out of the darkness’라는 주제로 ‘강물빛’, ‘기도’ 등 4개의 악곡이 이어졌다. 조금 밝아진 무대에 흰 구름 분장을 한 무용수들이 등장했고, 그 사이를 발레리나가 유영하듯 춤을 추며 시선을 끌었다. 물고기나 새의 동작과 비슷했으나 그보다는 원초적이고 추상적인 존재에 가까워 보였다. 바닥에서는 마흔다섯 개의 빛기둥이 솟아올라 언젠가는 광주에 도래할 항구적 평화를 기대하게 했다.

한편 검은 천을 두른 무용수들이 중앙에 자리하면서 무대는 다시 비극으로 치닫는다. 그들은 바닥에 흩어진 ‘재’를 검은 천으로 내려쳐 파문을 만드는데 마치 민주화 투쟁과 상흔을 몸으로 이야기하는 듯했다. 아울러 무용수들은 호송되는 죄수와 같이 검은 천을 머리에 감싸거나, 망토처럼 등에 둘렀다. 역사 속에서 ‘죄인’으로 고초를 겪은 민주화 열사들이 ‘영웅’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하려는 동작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3장의 주제는 ‘The Divine Human Beings’. 천사같은 유니타드 원피스와 화이트 레오타드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들이 민주화의 가능성을 염원하듯 순백의 무용을 펼쳐 나갔다. 점층적으로 화려해지는 의복은 연출가의 의도.

무대 위에는 ‘배 조형물’이 반쯤 접힌 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매달려 있다. “무용수들이 신대륙을 탐험하는 모험가들 같았다”는 박경숙 예술감독의 말처럼 ‘평화의 배’를 타고 민주라는 성토로 항해하는 의미일까. 교회당의 종소리가 무대에 끊임없이 울리고 무용수들은 민주화운동의 웅비(雄飛)하는 기상을 담아 희망찬 점프를 반복했다.

한편 공연은 허공에 매달려 있던 배 모양의 성물이 지상으로 서서히 내려오며 마무리된다.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 영령들을 기리는 듯 숭고하게 내린 막 사이로 관객들의 갈채가 쏟아졌다.

광주의 5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DIVINE’은 천상의 날갯짓으로 잠시나마 광주와 희생영령들의 아픔을 위무하는 듯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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