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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할머니의 그림 수업 - 최소연 지음

by 광주일보 202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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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이야기는 한편의 동화처럼 시작된다. 어느 날 그림 선생 한 명이 할머니들에게 찾아와 대뜸 수업을 권하는 제주 마을이 있다. 거기에는 일평생 그림은커녕 글조차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여덟 ‘할망’들이 산다. 그저 “기림(그림) 선생의 말이 참 귀엽다”는 순박한 이유로 수업에 임하기로 결심한 할망들의 붓끝에서 무언가 피어날 수 있을까.

제주 조천읍 선흘 마을의 평범한 할머니들과 미술가 최소연이 함께한 따듯한 이야기 ‘할머니의 그림 수업’이 출간됐다. 책의 저자이자 삽화작업에 참여한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87세. 수업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그린 것은 아니다. ‘대죽부래기(옥수수)’, ‘콜라비’, ‘긴꼬리딱새’와 같은 일상물을 화폭에 투박하게 담아낼 뿐이다. 할망들은 여느 화가처럼 고고한 문예사조 따위를 의식하면서 작품을 그린 것은 아니지만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세상을 담았다.

그렇다 해서 할망들의 그림이 변죽만 울린 것은 아니다. 90여편의 그림을 통해 할망들은 나름의 ‘해방일지’를 써내려 간다. 백지에 물감을 떨어뜨리며 첫 배움의 즐거움을 수확하고, 마을 전체를 갤러리처럼 물들여 간다.

“오이처럼만 일기도 잘 만나서 자라면 행복하다. 이생도 이렇게 화평하면 오직 좋으랴”

제주 할망들의 글과 그림은 화려한 기교나 수사를 곁들이지 않는다. 묵묵하고 소담한 그림 속 오이 같은 맛이 있을 뿐이다.

아울러 책은 이방인에 대한 ‘환대의식’까지 담아 낸다. 낯선 그림선생을 식구처럼 받아들이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독자에게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낯선 이와 교감하고 서로 스며드는 할머니들의 수업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타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예쁘게 남발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김영사·1만78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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