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온라인 암표, 처벌규정 없어 사각지대

공연·축제 재개 속 여수 싸이 흠뻑쇼·광주 팬텀싱어4 등 가격 폭등
오프라인 암표 매매 경범죄인데 온라인 거래 단속은 법적 근거 없어

지난 12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싸이 여수 흠뻑쇼 티켓. <온라인 캡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콘서트, 페스티벌 등 각종 오프라인 행사가 광주·전남 곳곳에서 열리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암표’(暗票)가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행사들이 재개됨에 따라 온라인에서 원가보다 비싸게 암표가 거래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부 젊은 층은 구매한 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것은 재테크의 일종으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7~8월에는 광주와 전남에서 대규모 콘서트와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당장 15일에는 여수시 오림동 진남체육관에서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23’가 열리고 같은 날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에서는 ‘2023 포레스텔라 전국투어 콘서트’가 펼쳐진다.

오는 29일에는 ‘10CM summer concert with CGV VOL.2’가 CGV 광주 금남로점에서 열리고, 다음달 12일에는 광주여대에서 ‘팬텀싱어4’ 콘서트와 조선대 대운동장에서는 ‘광주 포세이돈 워터 뮤직 페스티벌’이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고나라, 당근마켓, 티켓베이, 번개장터 등 온라인 판매사이트에는 예매에 성공한 이들이 티켓 원가에 웃돈을 붙여 비싸게 판매하는 거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15만4000원이 정가인 ‘싸이 흠뻑쇼’ 티켓은 35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팬텀싱어4’ 콘서트 티켓의 경우 원가는 15만4000원인데 비해 최대 20만3000원까지 판매 중이다. 포레스텔라 콘서트는 12만1000원 짜리 티켓이 18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판매글에는 ‘어렵게 잡은 좌석이라서’, ‘좋은 좌석이라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예매하지 못한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을 주고 구매하고 있다.

‘암표’란 공연이나 운동경기 등 좌석을 정상가에 구매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 암표 거래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거래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자가 매크로 프로그램(단순반복적 작업을 자동으로 프로그램화 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을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면 티켓 판매업무의 적정성 및 공정성을 방해한 경우로 봐 경범죄가 아닌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

매크로로 대량 구매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현행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암표 거래는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어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젊은 층에서는 이를 이용한 재테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암표 거래를 통한 추가 수익의 수혜자는 아티스트나 콘텐츠 제작자가 아닌 판매자 개인이라는 점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암표거래만 단속하고 있는 법률 규정은 현실적인 상황과 맞지 않아 법률 지체의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며 “전자거래를 통한 암표거래도 법적인 처벌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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