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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3대 넘게 일했던 곳인데…꺼져가는 ‘서민의 온기’ 착잡”

by 광주일보 202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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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달 문 닫는 화순광업소·남선연탄 가보니

광부들의 이동수단인 ‘인차’가 지난 9일 화순광업소 탄광 내부에 멈춰 있다.

전남의 유일한 석탄 생산지 ‘화순광업소’(화순탄광)와 광주 유일 연탄공장 ‘남선연탄’이 이달 말 나란히 폐업한다. 화순탄광은 ‘국내 1호 탄광’으로 지난 120여년 동안 광주·전남지역에 석탄을 공급한 업체이며, 69년 역사의 남선연탄은 광주지역의 유일한 연탄 제조업체로서 의미가 크다. 불과 40여년 전 집집마다 연탄 보일러를 들여놓던 시절만 해도 호황을 누리며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던 곳이지만, 최근 화석연료 수요가 줄고 석탄·연탄 사용량이 급감하는 등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광주일보는 광주·전남의 대표 석탄 생산시설과 연탄 제조시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자 두 업체를 찾아갔다.

“까마득한 지하, 그 곳은 희망의 공간이었죠”

‘국내 1호 탄광’ 화순광업소 30일 폐광…광부들 아쉬움

“우리는 까마득한 지하에서 일했지만 그곳은 희망의 공간이었습니다. 광산 덕분에 2대·3대가 먹고 살았는데, 결국 사라져버린다니 착잡합니다”

지난 9일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에서 만난 광부 김일만(55)씨의 말이다. 이곳에서 16년째 광부로 일했던 김씨는 폐광을 앞둔 탄광을 볼 때마다 아쉬움에 한숨부터 나온다고 전했다.

이날 방문한 화순광업소 일대는 탄광은 물론 주변 상가까지 텅 비어 있었다.

탄광 안팎에는 탄광 내부에서 꺼낸 각종 장비와 석탄을 옮기는 축전차가 이리저리 흩어져있었고, 광부들이 캔 석탄을 옮기는 수백m 길이의 대형 컨베이어벨트도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밤에도 불 꺼질 틈이 없었다던 근처 삼거리 상가 문은 모두 굳게 닫혀있었고, 간판은 글씨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건물은 오랫동안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며 오가는 이도 없어 주민조차 만나기 힘들었다.

대한석탄공사에서 38년동안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화순광업소 인근은 화순 최초로 병원과 약국이 생겼을 정도로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당시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던 식권은 인근 상가에서 화폐처럼 쓰일 정도였는데, 결국 폐광한다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화순광업소는 산업통상자원부 폐광 정책에 따라 지난 4월 30일 생산이 종료됐으며, 오는 30일까지 내부 정리 작업을 마친 뒤 폐광될 예정이다.

1905년 국내 1호 탄광으로 개발된 화순광업소는 1989년 소속 직원 1600여명, 연간 생산량 70만 5000t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석탄을 캐기 위해 더 지하로 내려가면서 제조 단가가 올라갔고, 도시가스 등이 활성화되면서 서서히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에 들어서는 연간 생산량이 10만t 이하로 떨어졌고, 근무인원은 1989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석탄 제조 단가도 1t당 평균 45만원대까지 올라갔지만 판매 단가는 1t당 15만원대로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

탄광 관계자들은 과거 활발하게 석탄을 캐던 때를 추억하며, 평생 일하던 곳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손병진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 화순지부장은 “특별한 기술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우리를 받아준 곳이 광산이다”며 “당시 월급이 일반 공무원의 3배 수준이라 온 가족을 먹여 살릴 정도였고,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총재’라고 불릴 만큼 위세를 떨쳤는데 격세지감이 따로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석탄공사는 폐광으로 실직한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삼호중공업 등 조선소와 연계한 취업 견학을 실시하고 있다. 탄광에 대해서는 산자부에서 폐광 활용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내부 관리만 이어갈 방침이다.

남선연탄 공장에서 만든 연탄이 9일 배달에 앞서 차량에 실려 있다.

“따뜻함 지폈던 ‘국민 연료’ 사라져 안타까워”

‘광주 유일 연탄공장’ 남선연탄

경영난에 역사의 뒤안길로

광주시 남구 송하동의 연탄공장 ‘남선연탄’ 직원들은 소설 ‘마지막 잎새’처럼, 석탄 저장 창고에 얼마 남지 않은 분탄(粉炭·가루탄)을 바라보며 ‘마지막 연탄’을 찍어내고 있다. 남은 석탄이 다 떨어지고 나면 이 공장은 문을 닫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찾아간 공장은 한때 광주·전남 최대 규모의 공장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황량한 모습이었다. 햇빛이 쨍쨍한 대낮인데도 모든 생산설비를 꺼버려 적막감만 맴돌고 있었다.

이날 공장은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5시간 남짓만 가동했으며, 오후가 되자 사람 한 명 남지 않은 채 아직 배달되지 않은 연탄 수백장만이 자리를 지켰다.

공장 설비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가동하지 않아 석탄가루가 아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연탄 제조설비 4기 중 3기는 공장 자재와 잡동사니를 산처럼 쌓아둔 채였고, 1일 생산량 등을 기록해 두던 칠판도 최근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없었다. 언제 걸어두었는지 모를 ‘오후 생산 40열’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세월에 해져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남선연탄은 지난 1954년 문을 연 광주지역 유일의 연탄공장으로, 경영난 악화 등을 이유로 이달 말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남선연탄은 지난 1980년대에만 해도 한 해 1억 6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기계가 멈출 날이 없던 곳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5% 수준인 400만장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겨울철에도 하루 6~7만장을 생산하는 데 그쳤으며, 최근에는 하루 2만여장을 만드는 게 고작인 상황이다.

화순탄광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는 점도 폐업 원인이 됐다. 가장 가까운 석탄 공급처가 강원도로 멀어지면서 원료 가격과 운송비 부담이 높아졌고, 원료 수송업자들도 거리가 너무 멀다며 수송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주)남선 관계자 설명이다.

또 인근 대학 및 아파트 단지에서 ‘석탄 먼지가 날린다’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온 점, 정부 차원에서 화석연료 저감 정책을 펼치면서 지역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 됐다는 점도 폐업에 영향을 미쳤다.

남선연탄의 폐업 시점은 이달 말로 예정됐다. 직원들에게는 오는 16일까지 출근하라고 공지됐지만, 석탄이 그보다 빠르게 바닥나면 조기에 문을 닫을 수 있다. 이후 폐업신고나 부지 처리, 장비 처리 등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직원 A씨는 “한평생 일해 왔던 직장인데, 하루아침에 떠나게 돼 아쉬움이 크다”며 “이제 연탄 쓰는 사람이 없으니 연탄공장이 문을 닫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년이 창립 70주년인데 1년을 미처 못 채우고 문을 닫게 돼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글·사진=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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