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연재기자

토종닭이라고 샀는데 얼룩닭…사료 잘못 먹인 탓이라고?

by 광주일보 2023. 6. 8.
728x90
반응형

강진 농장주 구입한 병아리 3500마리 중 90% 흰 털 섞여
판로 막히고 살처분값만 수천만원…처치 곤란에 ‘발 동동’
부화장 대표 사기 혐의로 고소…부화장 측 “사육 환경 탓”

토종닭인 줄 알고 병아리 3000여마리를 구입했는데 수 개월동안 키우고 보니 토종닭과 딴판으로 생긴 닭으로 자라 한 마리도 못 팔게 됐다면, ‘애물단지’가 돼 버린 닭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까.

강진군 칠량면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권용구(58)씨는 지난달 17일 충남 천안시의 한 병아리 부화장 대표를 강진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부화장 대표가 권씨에게 토종닭 병아리를 판매할 때 종자를 알 수 없는 병아리를 90% 이상 섞어 팔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권씨는 지난해 12월 240만원을 들여 토종닭(한협 3호) 병아리 3500마리를 구입했는데, 3개월여 키우고 보니 토종닭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자라났다. 한협 3호 토종닭이라면 갈색 깃털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권씨가 키운 닭의 90%는 얼룩소처럼 갈색 깃털과 하얀 깃털이 바둑판처럼 뒤섞인 모습<사진>이었다.

권씨는 병아리를 구입했던 천안시의 한 부화장에 따졌으나, 부화장 측은 오히려 권씨가 사료를 잘못 먹였거나 사육환경을 잘못 다뤄 흰 털이 난 것이므로 권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부화장 관계자는 “우리 또한 알을 공급 업체로부터 받아와 부화시킨 것인데, 이 공급업체를 통해 토종닭 원종을 제대로 공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농가 측이 앞서 제공받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추운 환경에 방치했으며, 사료를 한참 적게 주고 키워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병아리를 키운 지 다섯 달이나 지나서 갑자기 문제삼고 고소장을 들이민 것은, 이미 우리 병아리는 다 팔아버리고 다른 닭을 가져와서 문제삼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사료를 잘못 먹여 흰 털이 생겼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애초부터 종자를 잘못 가져온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국현 전남대학교 수의대 교수는 “권씨의 닭은 사진상으로 봤을 땐 백색 계통의 다른 닭과 교잡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료 등 외부 요인으로 종자가 달라질 순 없으며, 이는 마치 한국사람이 미국에 가서 밥을 먹는다고 미국사람이 된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문제는 권씨의 닭 3500마리가 하루아침에 ‘골칫덩이’가 돼 버린 것이다.

권씨의 닭은 지난 3~4월께 출하할 예정이었으나, 판매처에서 ‘토종닭 종자를 확인할 수 없다’며 잇따라 구매를 거부했다. 현재 닭은 7개월차까지 자랐으나 여전히 판로가 꽉 막힌 상황이다. 이미 사료값으로만 4000여만원 상당을 쓴 터라 계속 키우기에도 벅차다는 것이 권씨 설명이다.

그렇다고 ‘살처분’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강진군 관계자에 따르면 살처분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뚜렷한 전염병이나 질병을 갖고 있을 때만 할 수 있으며, 설령 업체를 물색해 살처분을 하더라도 수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농장주가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또 닭에게 사료를 주지 않고 폐사하도록 방치하거나 무단으로 산지에 닭을 방사했다가는 동물보호 단체로부터 동물 학대로 고발당할 위기라고 권씨는 전했다.

전남도과 강진군 등 지방자치단체는 “사정은 딱하나, 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개인적인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라 국가나 지자체에서 도움 주긴 어렵다”며 “부화장과 빠르게 협의를 보고, 군청 등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촌닭 등을 거래하는 판매처를 빨리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진군 가축방역팀 또한 “사정을 듣고 군청 차원에서 닭을 구입하는 방안도 내부 논의했으나, 농가에서 관련 고소 건이 진행중인데다 지원 요청을 별도로 하지 않아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밖에 별도의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 다른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아이는 ‘산·소 부족’ … 엄마는 ‘병원 유목’

#. 전업주부인 김민지(35·광주시 서구 화정동)씨는 며칠 전 세살 배기 둘째 아이가 콧물이 흐르고 열이 나자 덜컥 겁부터 났다. 지난 1월 설 연휴 오전 7시부터 동네의원을 찾아갔지만 3시간 넘게

kwangju.co.kr

 

광양 망루농성 강제 진압 사태 ‘일파만파’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 여파가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치닿게 하고 있다.한국노총이 금속노련 간부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