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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출산·육아 인프라 병·의원 전국서 가장 빠르게 줄어
끝없는 진료대기 아침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오픈런’ 진풍경
출산율 올리려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가 최우선
#. 전업주부인 김민지(35·광주시 서구 화정동)씨는 며칠 전 세살 배기 둘째 아이가 콧물이 흐르고 열이 나자 덜컥 겁부터 났다. 지난 1월 설 연휴 오전 7시부터 동네의원을 찾아갔지만 3시간 넘게 대기한 끝에 겨우 진료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서이다. 아이 데리고 병원 한 번 가는 게 전쟁통이 따로 없다며 엄마들이 스스로를 ‘병원 유목민’이라 부르는 이유를 실감했다. 김씨는 “광주에는 특히 신생아를 진료할 의원이 턱없이 부족해 힘들다”며 “의원 찾아가기 힘들다고 대학병원을 가면 순번이 끝도 없이 밀려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누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우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출산·육아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산부인과·소아과 의원’이 광주·전남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광주·전남이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만큼, 출산·육아를 위한 의료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과목별 의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2147곳, 산부인과 의원은 1319곳이다. 이 중 광주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42곳, 산부인과 의원은 36곳에 불과했다.
광주는 2013년 말 기준으로 58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었으나, 10년만에 42곳으로 27.6% 줄어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산부인과 의원 또한 10년 사이 45곳에서 36곳으로 20% 감소했다.
전남은 산부인과 의원 감소율이 특히 높았는데, 10년 전 24곳에서 올해 18곳으로 25% 감소해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전남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0년 전 31곳에서 올해 26곳으로 16.1%로 전국 3위의 감소율을 보였다.
당장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가 부족한 탓에 광주 곳곳에서 아침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2022년 11월 9일자 광주일보 7면>도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의원 진료를 시작하기 수 시간 전인 새벽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며 비상 대책을 강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소아과TF’ 발족 계획을 발표하고 인력공백, 동네 병의원 폐업,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 논란, 야간휴일 진료 및 응급의료체계 등 문제 전반에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 낳아 키우기’에 필요한 산부인과·소아과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아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전남 만 18세 미만 아동 인구가 6년 만에 각각 6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7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아동 가구 양육 환경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광주 아동 인구는 2015년 29만2000명에서 2021년 23만3000명, 전남 아동 인구는 같은 기간 30만6000명에서 24만9000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급락하고 있는 출산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광주·전남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출산·육아 지원 정책도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광주시는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 정책을 통해 출생육아수당 지원,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 전남에서는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쏟아내고 있는데, 예를 들어 강진군의 경우 한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5040만원(7년간)을 제공하고 고흥군은 첫째~셋째 아이에게 1080만원, 넷째 아이부터는 1440만원을 주고 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얻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이 눈물 겨울 정도지만 출산 및 양육 과정에서 임산부와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윤하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율을 올리려면 당연히 출산과 육아 환경이 완비돼야 하고, 그 중심에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증설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피 대상이 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늘리려면 별도의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 관련 수가를 대폭 올리고, 정부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책 및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출산·육아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산부인과·소아과 의원’이 광주·전남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광주·전남이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만큼, 출산·육아를 위한 의료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과목별 의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2147곳, 산부인과 의원은 1319곳이다. 이 중 광주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42곳, 산부인과 의원은 36곳에 불과했다.
광주는 2013년 말 기준으로 58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었으나, 10년만에 42곳으로 27.6% 줄어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산부인과 의원 또한 10년 사이 45곳에서 36곳으로 20% 감소했다.
전남은 산부인과 의원 감소율이 특히 높았는데, 10년 전 24곳에서 올해 18곳으로 25% 감소해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전남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0년 전 31곳에서 올해 26곳으로 16.1%로 전국 3위의 감소율을 보였다.
당장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가 부족한 탓에 광주 곳곳에서 아침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2022년 11월 9일자 광주일보 7면>도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의원 진료를 시작하기 수 시간 전인 새벽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며 비상 대책을 강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소아과TF’ 발족 계획을 발표하고 인력공백, 동네 병의원 폐업,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 논란, 야간휴일 진료 및 응급의료체계 등 문제 전반에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 낳아 키우기’에 필요한 산부인과·소아과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아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전남 만 18세 미만 아동 인구가 6년 만에 각각 6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7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아동 가구 양육 환경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광주 아동 인구는 2015년 29만2000명에서 2021년 23만3000명, 전남 아동 인구는 같은 기간 30만6000명에서 24만9000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급락하고 있는 출산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광주·전남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출산·육아 지원 정책도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광주시는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 정책을 통해 출생육아수당 지원,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 전남에서는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쏟아내고 있는데, 예를 들어 강진군의 경우 한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5040만원(7년간)을 제공하고 고흥군은 첫째~셋째 아이에게 1080만원, 넷째 아이부터는 1440만원을 주고 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얻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이 눈물 겨울 정도지만 출산 및 양육 과정에서 임산부와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윤하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율을 올리려면 당연히 출산과 육아 환경이 완비돼야 하고, 그 중심에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증설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피 대상이 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늘리려면 별도의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 관련 수가를 대폭 올리고, 정부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책 및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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