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많은 가정의 달 5월 청첩장 쇄도에 직장인들 울상
동료·친구 축의금 기본 10만원…월 경조사비 수십만원
고물가 버티는 유리지갑 “축하보단 축의금 걱정 앞서”
“카카오톡으로 청첩장이 날아올 때마다 겁이 나네요. 이달만 해도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온 지인이 5명이에요.”
직장인 최모(32)씨는 지인들이 보내온 청첩장을 보여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당장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고교동창과 직장 동료 결혼식 두 곳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이달 말까지 참석해야 하는 결혼식이 3곳이 더 남았다. 이번 달 축의금으로만 최소 50만원은 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씨는 “요즘 분위기가 축의금 10만원이 기본이다”며 “다음 달에도 결혼한다는 지인들이 많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6)씨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린 아들을 둔 박씨는 ‘어린이날’ 자녀의 선물과 여행비, 또 양가 부모님 용돈을 챙기느라 지출이 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청첩장을 보내오는 지인들이 늘면서 다음 달까지 예고된 결혼식만 7건 정도에 달한다. 가뜩이나 돈 나갈 일이 많아 축의금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박씨는 하소연했다.
‘유리지갑’ 직장인들이 ‘가정의달’ 5월을 맞았지만, 각종 지출이 늘어나면서 되려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직장인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에 지출이 증가한 데다, 황금연휴(27~29일)까지 앞두고 있어 ‘두려운 5월’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식이 몰리면서 5~6월 결혼 소식을 알려오는 곳이 크게 늘어나 직장인들의 근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모든 경조사를 챙기기엔 지갑 사정이 너무 빠듯한 탓에 축하보단 축의금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당장 광주지역 예식장 1인당 식대는 5만원을 웃돌면서 축의금 5만원은 너무 적다는 인식도 크게 확산했다. 최소 10만원은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축의금 5만원을 내고 밥을 먹으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지인 중에는 축의금 5만원 내고 혼주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면서 “그렇다 보니 결혼식에 참석하는 경우 축의금은 기본 10만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결혼정보회가 작년 20~30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적정 축의금 액수’를 물었더니 53.3%가 1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 또한 45.3%로 절반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또 최근 인크루트가 ‘축의금 얼마 내야 적당할까?’라는 주제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6%가 ‘사적으로 자주 소통하는 경우’라면 10만원을 낸다고 답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88만원이었는데, 결혼식 3곳만 가도 월 임금의 10% 이상이 축의금으로 나가는 셈이 된다.
더구나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광주·전남지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가 증가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식품과 공공요금, 개인서비스 요금 등 서민들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6~8%대를 유지했다.
치킨 한 마리에 3만원, 햄버거 세트 1만원 등 돈 1만원으로는 점심 한 끼 때우기 힘든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월급쟁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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