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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전기·수소차 대세…주유소의 눈물

by 광주일보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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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2년 새 30여 곳 줄어…업체간 과열 경쟁도
철거시 토지정화비용만 수 억…다른 업종 변경 꿈도 못꿔

/클립아트코리아

“전기차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유소들끼리 가격 경쟁만 과열되면서 제 살 깎아 먹기된 지 오래죠. 주유소를 운영하면 부자라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이른바 친환경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산업은 물론 가정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주유소업계는 손님이 줄고 있는 데다 정부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체 간 경쟁과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9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TASIS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광주 지역 주유소는 254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 261곳보다 7곳(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해 전인 2020년(271곳)과 비교해도 17개 줄어든 수치다.

전남도 2020년 814곳→2021년 804곳-2022년 803곳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유소업계는 이 같은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기차의 보급률 확대 때문이다.

당장 지난 3월 말 기준 광주시에 등록된 자동차 71만8007대 가운데 전기차는 9761대로 전체 자동차 가운데 1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급률이 채 1%가 되지 않았던 지난 2018년에 비하면 그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수소차량 역시 지난 2018년 36대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634대로 1661% 증가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광주지역 석탄연료 사용량도 감소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광주의 휘발유·경유 사용량은 지난 2018년 5909㎘(kiloliter)에서 2022년 5562㎘로 5.87%(347㎘) 줄어들었다.

광주시 서구의 한 주유소 운영자는 “과거에도 주유소는 평균 영업이익률도 2%에 불과했다”며 “최근엔 영업이익률은 물론 매출마저 줄어들면서 인건비 건지기도 쉽지 않다. 무인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며 하소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전국적으로 현재 약 1만 1000곳인 주유소가 7년 뒤인 2040년 3000곳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주유소 업계가 힘겨운 이유로는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도 한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반 주유소와 비교해 ℓ당 많게는 100원 가량 저렴한 알뜰주유소로 시민들이 몰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당장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경우 알뜰주유소 1곳을 포함한 주유소 3곳이 나란히 영업 중이지만 알뜰주유소로만 손님들이 몰리면서 해당 주유소 주변은 차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한다.

목포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일반 주유소가 우위에 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차입 단가부터 10% 차이가 나는데 비슷한 가격으로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추며 경쟁하다 보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주유소를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주유소를 철거하려면 최소 수 억원의 토지정화비를 부담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한국주유소협회 전남도지회 관계자는 “영업중인 주유소 가운데 원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은 낼 수 없고 업종변경을 할 수도 없으니 세를 내주는 것”이라며 “주유소 폐업 지원과 관련한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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