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역사민속박물관 8월27일까지
‘광주는 교육이다’ 주제 기획전시
‘교육은 백년지대계’ ‘학교의 등장’ ‘학생의 이름’ ‘광주와 교육’
‘여유당전서’, ‘명륜당 현판’, ‘노사선생문집’, ‘광주사범학교 성적통지표’….
위의 열거한 어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키워드로 말하자면 ‘교육’이다.
교육 하면 우리는 학교와 학원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교육을 그것만으로 포괄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복잡다단하고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상이하다.
‘논어’ 위정편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의태롭다’는 내용이 나온다. 배움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전제한다.
흔히 광주를 교육의 도시, 향학열이 높은 지역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오랜 소외와 낙후된 지역발전 등이 교육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의 목적을 지나치게 사회적 위세 내지 신분 상승 등과 연계한다는 인상을 준다.
광주 교육의 역사와 가치, 정체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오는 8월 2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광주는 교육이다’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조광철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는 ‘교육도시 광주’의 이름에서 시작했다”며 “교육의 연원을 좇아 그 역사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광주 교육의 내일을 새롭게 열어보자는 취지가 담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교육은 백년지대계’는 교육의 일반적인 의미와 전통사회 교육의 모습을 조명했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고서는 ‘동몽수지’와 ‘격몽요결’. 전자는 조선시대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태도를 실천하는 법을 담은 책자이며 후자는 율곡 이이가 편찬 간행한 아동 학습서를 말한다.
눈에 띄는 자료 가운데 하나는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정약용은 광주향교 재건에 힘쓴 권수평의 치적을 칭송하며 “이로 인하여 유학의 풍교가 크게 진작되고 유학의 가르침이 더욱 밝아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광주향교가 소유하고 있는 ‘堂倫明’ 현판은 조철영(1777~1853) 목사 재임 중인 1841년 명륜당
과 동서 재실이 화재로 소실된다. 이에 따라 1843년 향교를 중수하게 되었고 조인영(1782~1850)이 ‘명륜당 중수기’를 남겼다.
2부의 주제는 ‘학교의 등장’. 일제강점기 학교 명칭에는 ‘보통’이라는 글자가 곧잘 등장한다. 1906년 3월경 광주공립소학교는 광주공립보통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수업연한도 4년제로 늘린다. 이듬해에는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교사를 시내로 옮긴다.
전시장에서는 서방공립보통학교 제4회 졸업생 명부를 비롯해 사립광주고등보통학교 사진엽서, 광주공립중학교 사진엽서, 광주공립농업학교 사진엽서, 전남도립사범학교 기숙사 터가 담긴 사진도 만날 수 있다.
교육에는 여러 주체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학생이다. 광주에는 광주학생들이 있었는데 근현대사의 굵은 줄기마다 광주학생들은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학생의 이름’이라는 주제의 제3부는 학생을 초점화한다.
1929년 11월 3일과 12일의 광주학생들의 시위는 전국적 학생운동으로 발전했다. 눈에 띄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이라 명명된 자료는 1931년 6월 오쾌일을 비롯한 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들이 형기를 마치고 대구형무소에서 석방된 모습을 담고 있다. 이밖에 광주학생독립운동 판결문, 학생독립운동기념일 관련 자료 외에도 1954년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건립사, 1956년 광주학생연극제, 1960년 광주학생들의 4·19의거 사진도 만날 수 있다.
‘학교는 만원’이라는 코너에는 광주일보 전신 옛전남일보(1972년 2월 23일자)에 ‘초등학교 교실난 가중’이라는 제목으로 광주시내 초등학교 과밀화 수업 실태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아울러 사친회비 납입 고지서, 중학교 입학 무시험 추첨기, 전기 고교 합격자 발표에 인파가 몰려 있는 사진과 자료 등도 비치돼 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의 교실 풍경을 재현한 ‘콩나물시루 학교’와 마주한다. 책상에 금을 그어 짝에게 넘어오지 못하게 했던 커다란 나무 책상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최경화 박물관장은 “광주역사에서 하나의 갈래로만 생각해 왔던 교육을 역사의 전면부로 가지고 왔다”며 “전통 교육에서부터 근현대 교육까지의 중간마디를 이어보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박성천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보물 된다 (1) | 2023.05.06 |
---|---|
노래로 피어난 끝나지 않은 5월 이야기 (0) | 2023.05.05 |
송광사·선운사·운주사 등…4일부터 전국 65개 사찰 무료 입장 (0) | 2023.05.02 |
‘어린이날’ 문화잔치 열렸네 (0) | 2023.05.02 |
가족과 함께 ‘ACC 빅도어시네마’ 즐겨요 (0) | 202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