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다인기자

장애 아들 24시간 케어…날마다 가슴 저미는 ‘버거운 삶’

by 광주일보 2023. 4. 20.
728x90
반응형

르 포 - 장애인의 날 맞아 발달장애인 형제 키우는 어머니 동행 취재
하루하루 초긴장에 공황장애까지
다니던 직장도 6년 전 그만둬
변변한 가족여행 가 본 적 없어
아픈 남편은 6년 째 입원 치료 중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
사회에서 책임지는 시스템 필요

발달장애인 송혁진(27)씨와 엄마 서춘경(57)씨가 지난 18일 광주시 서구 광주천변 산책 중 환하게 웃고 있다

“더도 말고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18일 하루동안 같이 지낸 서춘경(57)씨의 애절한 기도이다.

두명의 발달장애인을 아들로 둔 서씨는 언젠가는 세상에 홀로 남겨질 자녀 걱정뿐이다. 아들 두명 모두 20대지만 인지능력은 초등학생 이하 수준이라 평생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시 서구 광천동에서 사는 서씨는 지체장애인 아들 송동규(28)씨와 송혁진(27)씨를 홀로 키우고 있다. 남편은 몸이 아파 전남대병원에 6년째 입원 치료중이다.

2급 장애를 가진 첫째 아들 동규씨는 초등학생 수준의 지능으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성격도 온화하고 말귀도 잘 알아 듣기 때문에 그룹홈(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관리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정형 주거시설)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서씨의 아픈 손가락은 둘째 혁진(1급 장애·5살 정도 수준)씨다. 혁진씨는 성격이 드센편이라 말도 잘 듣지 않고 떼쓰는 것이 일상이다. 결국 입소한 그룹홈에서 적응하지 못해 두 달만에 쫓겨나 엄마인 서씨가 돌볼 수 밖에 없다.

평일(오전 8시 40분~오후 4시)에는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를 다닐 수 있지만 이마저도 혁진씨가 원하지 않을 때가 많아 일주일에 두번도 채 가지 못할 때가 많다.

혁진씨는 집 안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온갖 아끼는 물건들을 쌓아 놓는 것을 좋아한다.

이날도 방 한구석에 마스크부터 인형, 옷, 쓰레기, 문구류 등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서씨가 치우려하자 소리 지르며 거부했다. 조금이라도 성에 차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 지르고 떼 쓰며 욕하고 고집을 부리기 일쑤다. 서씨가 달래고, 화내고 울면서 부탁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서씨는 아이들만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이 “왜 이런 애를 키우냐”라거나 “당신도 장애인 같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도 날카로운 송곳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결국 서씨 모자의 행동반경은 집 앞 천변과 동네 산책이 전부다. 아이들이 4살 때 장애판정을 받은 이후 변변한 가족여행조차 가본적이 없다. 하지만 이날 서씨는 몇 달만에 마음 먹고 특별한 외출에 나섰다.

오전 10시 30분께 서씨는 둘째가 좋아하는 산책에 나섰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던 혁진씨는 서씨가 “사진 찍으러 천변가자”고 말하자 활짝 웃으며 신나서 옷을 챙겨 입었다.

산책을 마친 모자는 혁진씨가 좋아하는 색칠공부책을 사기 위해 인근 서점으로 향했다. 혁진씨는 잘 아는 길이라며 앞장섰다. 가는 길에 만난 한 어르신은 “아이가 많이 아파요?”라며 물었고 서씨는 잠시 망설이더니 “아이가 아파서 제가 옆에 있어야 돼요”라고 말 끝을 흐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씨는 앞서가는 아들에게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혁진씨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버스에 부딪칠 뻔 하기도 했고 달려오던 자전거가 아슬하게 비켜가기도 했다. 목이 터져라 아들의 이름을 불렀지만 혁진씨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스피커에서 “문이 열렸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아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릴까 우려해 오래전 설치한 기기다. 집에 돌아온 서씨는 허리를 연신 매만졌다. 몸이 좋지 않아 10년간 했던 자활청소 미화일도 6년 전 그만뒀다.

서씨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울화통이 쌓여 불안증과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나마 주말에는 활동지원사가 도움을 주고 있어 숨통이 트인다. 활동지원사가 혁진씨를 맡을 때만 겨우 시간이 나기 때문이다.

서씨는 “건강이 나빠지는 게 느껴질 때마다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어떡하지’라는 생각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발달장애는 사회에서 자립생활을 목표로 하는 다른 장애 유형과는 달리 전 생애에 걸쳐 부모와 가정의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돌봐줄 조부모도 없고 남편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부탁할 사람이 없고, 글씨도 모르는 아이에게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시키지는 않을까, 밥은 잘 먹고 잠은 잘 잘 수 있을까, 오지 않은 미래를 매일같이 걱정한다는 것이다.

서씨는 “내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아하는 뜨개질을 마음껏 하고 싶지만 가장 큰 소원은 아이들의 마지막까지 잘 돌봐줄 수 있도록,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다”면서 “가끔씩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발달장애인들을 사회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 발달장애인은 총 7871명으로, 광주시 전체 장애인(7만 185명)의 11%에 달한다. 이중 지적장애가 7018명이고 자폐성장애가 853명이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발달장애학생 방학 중 돌봄 대책 마련해 주오”

광주지역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광주시교육청에 ‘장애학생 방학 중 돌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19일 광주장애인부모연대(이하 연대)는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학 중

kwangju.co.kr

 

교통사고 사망사고 무죄 판결 2제

30㎞ 속도제한 도로서 180㎞ 주행 법원 “급발진·제동장치 고장” 고려시속 30㎞ 속도제한 도로에서 180㎞의 속도로 주행하다 마을 표지석을 들이받아 동승자를 사망케 한 6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