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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강제동원 피해 판결 이행 끝내 못 보고...

by 광주일보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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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출신 나화자 할머니 향년 91세로 영면
초등 6학년 때 선생님 협박 일본행
후지코시 공장서 하루 12시간 작업
국내 법원 소송 주도 2019년 승소
원고 23명 중 이제 9명 만 생존

고 나화자 할머니

일제 강점기 전범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동원된 나주 출신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나화자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해법안에 대해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또 한명의 전남 출신 일제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의 사과는커녕 배상조차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는 20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나화자 할머니께서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나씨는 태평양전쟁 당시 한국인 1089명을 강제로 동원해 노역을 시킨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 제강회사(이하 후지코시)의 피해자다. 나씨는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이 이행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나씨는 나주 대정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회유에 이끌려 후지코시 도야마공장으로 끌려갔다. 담임선생님이 데려온 낯선 남자는 “후지코시에서 일하면 여학교에 진학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나씨는 부모에게 일본에 가서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부모는 “일본에 가면 공습이 있어서 죽는다”며 만류했다.

부모의 뜻을 어길 수 없었던 나씨는 담임선생님에게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네가 안가면 아버지를 대신 데려간다”는 협박이 돌아왔다. 겁이 난 나씨는 결국 후지코시로 출발하는 날까지 부모에게 숨겼고 1945년 2월, 몰래 일본으로 건너갔다.

후지코시 공장은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선반에서 철을 깎는 작업을 했는데, 오전 6시에 기상해 오전 7시까지 출근해야 했고 밤 7시가 돼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휴식시간은 낮 1시간 뿐이었다. 그날 주어진 작업을 마치지 못하면 심한 꾸중을 들어야 했고 잔업을 마쳐야 퇴근할 수 있었다.

퇴근 후 기숙사에 가서도 편히 쉴 수 없었다. 좁은 방 하나에 20명 정도가 사는 터라 칼잠을 자야 했다. 식사도 문제였다. 배가 고파 길가의 쑥을 뜯어먹고 설사병에 걸려 한달여간 입원한 때도 있었다. 같이 간 친구들은 대부분 영양실조였고 친구중 한명은 결국 숨졌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에 절망했고, 배고픔에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가족이 걱정할까 싶어 편지에는 ‘돌아가고 싶다’는 문장 하나도 쓰지 못했다.

공습 경보는 밤 낮을 가리지 않았다. 밤에 경보가 울리면 수시로 방공호에 피난을 가야 했다. 때문에 잘 때는 배낭을 어깨에 걸고 신발을 신고 자야 했다.

후지코시에 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다. 근무 당시에도 임금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동료들과 이야기할 수도 없는 삼엄한 분위기였다. 나씨는 언젠가는 줄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한푼도 받지 못했다.

나씨는 1945년 10월, 일본에 간지 8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멀고도 가까운 타국에서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고향땅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당시 위안부와 정신대를 구분하지 못해 고향 사람들은 나씨가 군인들에게 유린당했다고 수근댔고 결혼한 남편마저도 멸시하고 학대했다. 아들마저도 어머니의 과거를 좋게 보지 않았다. 거듭 설명하려 했지만, 그 누구도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나주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

나씨는 2003년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일본의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 당했다. 10년 뒤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후지코시가 원고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이행은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나씨의 빈소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2일, 장지는 경기도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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