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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잊혀진 노래 다시 불러야할 노래

by 광주일보 2020.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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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한 줄도 좋다, 그 동요
노경실 지음

 

‘가을밤’, ‘강아지’, ‘고드름’, ‘구슬비’, ‘기찻길 옆’, ‘나뭇잎 배’….

위에 열거한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린이와 관련이 있다. 아니 어른들과도 연관이 있다. 그렇다. 바로 동요다. 우리들 귀에 익숙한, 어린 시절 불렀던, 아니 지금도 부르는 동요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아이들은 동네에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전통놀이를 즐겼다. 위의 동요 외에도 ‘산토끼’, ‘동네 한 바퀴’, ‘반달’, ‘엄마야 누나야’, ‘옹달샘’, ‘자전거’도 곧잘 불렀다.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꼬리치고 반갑다고 멍멍멍”

귀에 익숙한 동요 ‘강아지’는 광주 출신 시인 설강(雪崗)김태오가 작사를 했다. 김태오는 윤극영 등과 함께 ‘조선동요연구협회’를 결성하고 동요운동을 펼쳤던 예향 광주가 낳은 문인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동요를 추억하고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 발간됐다. ‘복실이네 가족사진’의 저자인 노경실이 펴낸 ‘한 줄도 좋다, 그 동요’가 그것. “동생들을 위해 만날 이야기를 지어주다 작가가 됐다”는 저자는 23세에 신춘문예에 등단한 뒤 지금까지 그림책부터 어른을 위한 책들을 많이 펴냈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바둑이랑 친구들이랑 골목을 누비며 부르던 노래가 담겨 있다. 비단 저자 외에도 우리들 유년의 풍경 또한 담고 있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로 시작하는 동요 ‘자전거’는 고흥 출신 목일신 시인이 노랫말을 썼다. 열두 살 소년이었던 목일신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목사이며 독립운동가였던 부친이 선교사로부터 기증받은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다. 아동문학가로 활동했던 목일신은 이후 탁구부와 정구부 감독 겸 선수로도 활동했다.

이처럼 책에는 모두 25편의 주옥같은 동요가 소개돼 있다. 아울러 저자의 동요에 얽힌 단상은 물론 작사가와 작곡가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는, 오늘의 우리가 고민하지만 떨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과도 무관치 않다.

“4차산업, 인공지능, 온갖 멀티시스템, 유비쿼터스, 이노베이션…. 눈만 뜨면 인간은 스스로를 얼마나 자랑질하는지! 바벨탑을 어찌나 잘도 쌓는지!… 스마트폰도 없는 바이러스!-에 두 눈 뜬 인간은 늘 전전긍긍하는 시절이다. 그래서인지 더, 더, 더…노래하고 싶다.”

책 곳곳에서 만나는 추억의 보따리는 아련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던 풍경들이라 정겹기 그지없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라는 ‘나뭇잎 배’(박홍근 작사·윤용하 작곡)를 흥얼거리다 보면 그 시절로 역류해가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어릴 적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나뭇잎 배’라는 동요를 불렀다. 그리고 노랫말처럼 나도 동생들과 초록 잎사귀로 어설프게 배를 만들어서 물을 가득 담은 세숫대야에 띄우고 놀았다.”

저자의 얘기에서는, 언젠가는 엄마아빠 품을 떠나 인생 뱃길을 항해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그 나뭇잎 배 하나로 먼 나라도, 우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동심이 그리워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있다. 저자는 어느 날 밤, 가슴이 찢어질 듯한 슬픈 일을 품은 채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고통스러운 일 속에서 떠오른 건 별과 반달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반달 속 토끼도 나처럼 혼자잖아. 토끼가 탄 배는 통나무를 쪼개어 속을 파서 만든 위험하기 그지 없는 작은 배야. 그것도 내 인생 배랑 닮았어.”

동요 ‘반달’(윤극영 작사 작곡)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몇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며 걸었지만 ‘이내 우주의 비밀을 푼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배는 서쪽으로 가고 있다는 거지. 외롭고, 고단하고, 제 마음대로 안 되는 뱃길이지만 토끼는 배에서 뛰어내리지 않아”라고.

어쩌면 동요는 보고싶은 사람을 닮았다. 작가는 다시 그 시절 동요를 부를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흥얼거림만으로도 또 다른 추억으로 새겨질 일이기에. <테오리아·1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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