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생고기·제주는 옥두어…사시사철 맛있는 장날
밥을 주문하니 주발에 발을 퍼주는 식당이 있다. 강진 병영에 있는 어느 돼지불고기 백반집이다. 여기에 갓 구운 불고기와 막 퍼준 밥이 주는 맛의 오묘는 수사가 필요 없다. 파채나 강진 특산물 토하젓을 얹어 먹으면 그만이다. 한상 가득 차려진 개미진 전라도 손맛은 허리띠를 풀게 한다. 백반은 찬의 숫자보다 맛이 제일인 것이다.
식품 MD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김진영 작가의 ‘제철 맞은 장날입니다’를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오일장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발품을 팔아 전국 오일장을 다니며 건져 올린 ‘싱싱한 이야기’는 맛깔스럽기 그지없다.
저자는 전국의 산지와 제철 식재료를 찾아 28년을 보냈다. 지구를 25바뀌는 돌았을 거리다. 그동안 100군데의 장터를 돌며 기존의 오일장 콘텐츠와는 다른 정보를 소개해왔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세 번째 오일장 이야기 시리즈다.
책에 소개된 곳은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다. 저자는 평소 ‘맛집은 없다’고 본다. 맛 고유의 끌림보다 미디어에 소개돼 인위적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 곳은 진정한 맛집이라 할 수 없다.
저자는 모든 이들이 ‘이거다’ 할 때 “이거 말고 다른 것도 있어요”를 말하고 싶었다. 보기에 좋은 먹거리보다는 계절에 따라 맛이 드는 것을 소개하는 데 방점을 둔 이유다. 또한 저자는 전국 오일장을 순회하며 로컬푸드 매장도 들른다. 숨겨진 맛을 발굴해 보여주고, 잊혀져 가는 시장의 가치를 상기하자는 취지다.
광주 오일장은 정과 흥이 넘친다. 말바우시장에는 전남의 항구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산물이 넉넉하다. 다른 것도 많지만 특히 어물전이 많다. 차로 한 시간 거리인지라 목포산이 많다. 그 가운데 저자는 샛서방고기라 불리는 ‘금풍생이’를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찜도 맛있지만 구우면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인 생선이 금품생이다. “그냥 지나치면 집으로 가는 300km 내내 후회가 밀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저자가 보기에 광주는 먹을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연포탕은 물론 육전도 맛있다. 무엇보다 생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굳이 광주에서 생고기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세 가지 부위의 생고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 참기름, 마늘 다진 것을 넣은 육장을 만들어 찍어 먹으면 술과 밥을 함께 부르는 안주이자 반찬이 따로 없다.”
제주 오일장에서 옥두어를 추천한다. 일반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생선이다. 대부분 갈치나 방어, 옥돔을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산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옥두어는 옥돔과 다른 생선이다. 시장 상인에 물어 보니 “맛은 옥두어가 좋고 가격은 옥돔이 높다”고 말한다.
경남 함안 오일장에도 특산물이 많다. 봄과 여름 사이에 들른 장터는 싱싱한 채소들로 천지다. 씨감자가 보이면 봄을 알리는 것이고 고구마 순이 보이면 여름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이 먼저이며 밥이 먼저인 보성 오일장도 가볼 만한 곳이다. 꼭 먹고 싶은 것이 국수인데, 메뉴를 주문하면 직접 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면을 맛보고 국물을 음미하니 꾸미의 많고 적음은 부질없다”는 표현이 이색적이다.
이밖에 책에는 장터는 작지만 잔정이 넘치는 순창 오일장, 숨겨진 보물이 많은 거제의 오일장, ‘봄을 붙잡아’ 부쳐 낸 나물전이 맛있는 산청의 오일장이 소개돼 있다. <상상출판·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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