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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인조 1636 - 유근표 지음

by 광주일보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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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은 어리석은 혼군이 부른 전쟁

혼군(昏君)이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뜻한다. 역사 대전환기에는 늘 혼군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조선의 3대 혼군을 선조, 인조, 고종으로 보기도 한다. 시대적 격변기에 임금의 오판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 수많은 백성을 죽음에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제정세에 어두운데다 무지함과 무능, 아집에 빠져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의 군주 가운데 반정에 성공한 이가 있다. 바로 인조다. 반정이라 함은 왕을 폐위하고 새로운 왕을 옹립하는 것을 말한다. 인조의 반정 주도는 광해군이 명나라를 배신한데다 ‘폐모살제’의 패륜을 저질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무리한 궁궐공사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도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인조는 병자호란의 참화로 백성을 고통에 빠뜨린 군주였다. 잘못된 판단과 어리석은 권력욕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

병자호란의 참화와 소현세자의 죽음을 파헤친 역사 평설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인조 1636’은 당시 조선의 정세와 대응, 실질적인 전쟁 피해자인 백성들의 참상을 근거로 기술한 평설이다. 저자는 역사를 주제로 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근표다. 저자는 그동안 20여 년간 성곽과 병자호란을 연구했으며 서울 성곽 안내와 역사를 강의했다. 이번 책은 ‘인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1차 사료를 근거로 인조와 병자호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청나라 침략으로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인조는 남한산성에 갇혀 항전을 이어가지만 결국 항복하고 만다. 사진은 남한산성. <광주일보 자료>

저자에 따르면 병자호란은 불가피한 전쟁이 아니었다. 인조에게 전 정권 세력 척결과 광해군의 외교 정책 폐기는 당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당시 새롭게 부상하는 후금을 오랑캐로 치부했다. 명을 부모의 나라로 떠받드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나머지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저자는 정묘호란이 어리석은 군주 인조의 오판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1618년 명과 후금이 사흐루에서 전투를 벌이는데 조선은 강홍립을 내세워 지원군을 보낸다. 중원 진출 야심이 있던 후금은 명을 치기 전 조선을 정복해야 할 필요성을 감지한다. 저자는 결국 일련의 상황은 어리석은 인조의 무지한 판단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병자호란도 마찬가지다. 정묘호란 이후 청나라는 경제적 요구와 아울러 명나라를 치는데 협조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인조는 백성과 나라의 안위는 안중에 없이 권력 팽창에만 몰두한다.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낸 명나라 은공을 갚아야 한다는 대명의리에 사로잡혀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청군이 진격해오자 남한산성으로 피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다. 아군은 혹독한 추위와 싸워가며 왕을 위해 혈전을 벌였다. 수많은 병사와 백성이 죽었고 인조는 거듭되는 패전으로 목숨을 구걸하는 신세까지 이르렀다.

병자호란 후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는 아버지 인조를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귀국 후 인조의 냉대 속에서 2달 만에 죽음에 이른다. 조선은 서양문물을 수입해 발전할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저자는 “진정으로 우리 한민족 오천 년 역사에 자긍심을 느낄진대 이처럼 오욕의 역사일수록 더 많은 애착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아 이 땅에 살아갈 후손에게 전해주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할 일인 것이다”고 말한다.

<북루덴스·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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