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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곳곳 부서지고 곰팡이 핀 위패 …씁쓸한 독립역사 현장

by 광주일보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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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광주·전남 3·1절 사적지 관리 실태 보니
장성 삼일사 내부 거미줄 겹겹이
함평 낙영재 앞 태극기 찢어지고
무안읍장터 등 표지판조차 없어
광주·전남 독립현충시설 137곳
보훈처·지자체 유기적 협조 필요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장성군 북이면에 있는 삼일사 내부에 교자상과 그릇 등 제수용품이 방치돼 있고(왼쪽), 함평군 월야면 낙영재 앞의 태극기는 찢어진 채 펄럭이고 있다.

3·1독립운동이 올해로 104주년을 맞았지만, 정작 광주·전남 곳곳의 3·1 만세운동 현장과 사적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손에게 독립운동의 가치와 정신을 전수해야 할 역사 현장이 무관심 속에 잊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장성군 북이면 모현리 ‘삼일사’는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았는지 곳곳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이곳은 장성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류상설 등 13명의 항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89년 세운 곳이다.

삼일사 내부 곳곳에는 거미줄이 겹겹이 쳐져 있었고, 천장의 황토가 떨어져나가 바닥은 온통 흙투성이였으나 치우는 이조차 한 명 없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독립운동가들의 위패는 곳곳에 까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참배객들이 쓸 만한 향이나 양초도 따로 준비돼 있지 않았다.

내부 한 켠에는 신문지로 아무렇게나 싼 제수용품을 담은 종이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종이상자를 만져 보니 낡아서 부스러질 정도였다.

함평군 월야면에 있는 ‘낙영재’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은 1919년 당시 한문서당으로 김기택 등 16명이 독립만세운동을 계획했던 곳으로, 1943년 태풍으로 붕괴된 이후 일본 경찰의 방해로 복구하지 못하다 2005년이 돼서야 복원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3·1절을 하루 앞두고도 낙영재 앞 깃대에는 해지고 찢어진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인근 화장실에서는 물조차 나오지 않았고, 낙영재 내부에는 태극기, 옷걸이 등을 아무렇게나 쌓아 둔채 보관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19년에도 똑같은 문제를 지적받았으나 고쳐지지 않은채 방치돼 있다.

역사 기록을 통해 사적지로 확인이 됐는데도 현충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곳은 대부분 안내판조차 세우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성군 북이면 ‘사거리전통시장’ 일대는 1919년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곳으로 독립기념관에서 지정한 국내 항일운동사적지에 해당하지만, 현장에는 이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석이나 표지판조차 없다.

무안군 옛 무안읍장터 터, 목포시 옛 영흥학교 터 또한 교회나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 옛 모습을 잃었고, 인근에는 표지판 하나 없어 이곳이 3·1절 만세시위지라는 사실을 알 방도가 없는 상태다.

광주지방보훈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사적지는 땅 주인이나 시설 주인, 지자체가 나서서 신청해야만 현충시설로 등록할 수 있다. 현충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 관련 규정이나 근거가 없어 표석이나 안내판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충시설 관리주체인 보훈처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사적지 관리 실태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광주·전남지역에 있는 독립운동 현충시설은 광주 16곳, 전남 121곳 등 총 137곳이다. 이들은 ‘현충시설의 지정·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보훈처와 지자체가 관리자를 선정하고, 지자체는 현충시설이 적정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 중에는 시설 소유주 등 관리자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보훈처나 지자체 차원에서 별도의 조치나 지원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장성 삼일사의 경우 인근에 살고 있는 유족대표가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후손이 관리 책임을 외면하고 지자체의 지원 미비로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평 낙영재에 위패가 모셔진 김용현 애국지사의 며느리 김안래(여·85)씨는 “현충시설로 지정된 곳인데도 찢어진 태극기가 나부끼는 모습을 보면 독립운동가를 홀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사적지가 제대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글·사진=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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