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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애물단지’ 도심 비둘기 어쩌나

by 광주일보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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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 지난해 1100여마리 서식…유해조류인데 살처분 안돼
자치구 개체수 조절 소극적 “동물단체 등 만족할 해결책 찾는 중”

비둘기 떼가 16일 광주시 남구 사동 광주공원 인근 전깃줄에 모여 앉아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강호경(여·55·광주시 광산구 장덕동)씨는 최근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가 에어컨 실외기에서 ‘구구’ 소리가 들리자 기겁했다. 실외기 상판에는 비둘기 배설물이 잔뜩 떨어져 있었고, 그 밑에는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는지 나뭇가지를 뭉쳐 놓은 흔적도 보였다. 강씨는 “울음소리도 시끄럽지만 무엇보다 배설물과 깃털을 치우는 일이 너무 짜증난다”며 “일상생활에 직접 피해를 주는데 포획하는 것도 맘대로 하면 안 된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모(50)씨는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걷을 때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서 비둘기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고, 배설물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박씨는 “비둘기들이 무엇을 먹고 몸 속에 어떤 병균을 키워 퍼트리고 다니는지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비위생적인 도심 비둘기가 많아도 너무 많은데, 지자체에서 개체 수 조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가운데 광주 도심속 비둘기가 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 조사 결과 광주 주요 도심에 서식 중인 비둘기는 1170마리 안팎이다. 동구 천변로 일대, 남구 사직공원 등 비둘기들이 자주 모이는 지역에서 파악한 수치로, 지난 2019년 파악한 1000여마리에 비해 수가 늘었다.

하지만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적극적으로 비둘기 개체 수 조절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둘기는 분변이나 털 날림으로 문화재 훼손, 건물 부식 등 피해를 일으켜 지난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으나, 그렇다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 없이 포획·살처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각 자치구에서는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환경부 지정 유해야생생물을 포획하고 있으나, 비둘기는 별도로 포획하지 않고 있다. 관련 법에서 ‘유해야생동물 포획 허가 기준’으로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거나 항공기, 전력시설, 분묘 등에 피해를 주는 경우에 한해서만 포획을 허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광주시 및 5개 자치구는 조류기피제, ‘버드 스파이크’(비둘기가 앉지 못하도록 뾰족한 침이 달린 판) 등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비둘기 피해 신고에 대처하고 있다.

또 먹이주기 금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비둘기 먹이 주기를 처벌 사유로 규정하고 있진 않는 터라 계도·권고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심에서 많이 발견되는 터라 피해 민원이 매일같이 빗발치지만 시·구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며 “동물단체 등 적극적인 비둘기 개체 수 감량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양 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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