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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반대 여론에 일정 변경 참배…용서와 화합 의미 ‘반감’

by 광주일보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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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 오월단체·특전사동지회 ‘반쪽 화해’ 안 된다
<上> 기습 참배·대국민선언 강행 이유는
유족회 불참 등 반발에 서둘러 참배
공동선언식도 ‘그들만의 잔치’로
총선 공천 위한 기획 의혹 지적에
“국가사업 따기 위해 강행” 설도
황일봉 부상자회장 “사실 무근”

5·18 관련 시민단체가 19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5·18문화센터 앞에 드러누워 ‘대국민 공동 선언식’ 행사를 저지하고 있다.

5·18단체가 특전사단체와 용서·화해를 한다며 공동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대국민선언을 했으나, ‘반쪽짜리’ 화해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오월 3단체’의 한 축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행사에 불참한데다, 부상자회·공로자회 회원을 비롯한 113개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속에 주최측이 행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7일에는 5·18기념재단 역대 이사장 7명이 행사를 규탄하는 선언문을 발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는 주최측이 5·18 가해자인 계엄군을 피해자로 평가한데다 특전사동지회 측에서도 사과나 진실규명 협력 약속을 하지 않았다 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주최측이 반대 여론을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등 불순한 세력이 꾸민 선전 선동”으로 치부하고 행사를 강행해 5·18단체와 시민단체, 광주시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는 19일 오전 11시께 광주시 서구 치평동 5·18문화센터에서 ‘대국민 공동 선언식’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대국민 공동 선언식’이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오직 행사 관계자만 참가할 수 있는 ‘그들만의 잔치’로 진행돼 비판을 받았다.

같은 5·18부상자회 회원이라도 주최측이 나눠주는 비표를 받지 못하면 행사장 입구조차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탓에 행사장 입구에서는 오전부터 진입하려는 이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이들 간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졌다.

더구나 행사 당일 주최측은 5·18묘지를 기습 참배해 갈등에 불을 지폈다.

당초 주최측은 ‘공동 선언식’ 이후 오후 2시 30분께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 반발이 이어지자 이들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오전 9시 50분께 참배를 진행했다.

5·18민주묘지는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과 정성국 5·18공로자회 회장, 특전사동지회 25명 등 총 27명만 참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 묘역을 참배하거나 방명록을 작성하진 않았으며, 참배는 15분만에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 회장은 “행사에 반발하는 세력이 몰려들어 복잡하고 충돌이 예상되니, 사람이 없는 오전 중에 참배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사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이뤄진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주최측이 의견 수렴 과정을 건너뛰고 급하게 행사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월 3단체 집행부 일부와 현 정권이 결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퍼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황 회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회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4월 곧장 국회의원 총선에 뛰어들기 위한 동력을 만들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는 의혹이다. 이번 행사로 5·18 문제를 해결했다는 ‘실적’을 올리고, 이를 발판 삼아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겠다는 심산이 아니냐는 것이다.

마침 총선을 앞두고 지난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약속한 ‘5·18정신 헌법 수록’ 이행이 미진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차에, 황 회장이 ‘5·18 문제 해결사’ 입지를 다지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02~2010년 광주 남구청장을 지내면서 정계와 인연을 맺어 왔고, 지난 2021년 11월 윤 대선후보가 5·18자유공원을 들러 상무대 군사법정 등을 살펴볼 때 동행해 해설 역할을 자처한 적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황 회장은 “행사는 5·18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총선 출마를 위해 5·18을 이용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총선 공천을 노릴 거면 구태여 시민단체와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행사를 치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사를 미루지 않고 서둘러 진행한 이유는 공법단체로서 국가 사업을 따기 위해서였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연초 예산이 집행되기 전 국가 사업을 따내고 올해 예산을 받아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행사를 마무리짓고 추가 사업 계획을 보훈처에 제출해야 했다는 것이다.

다만 황 회장은 이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 5·18단체 회원은 “오월 단체 회원들 한 명 대동하지 않은 채 기습 참배를 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불순 세력’으로 매도하면서 행사를 강행한 중심에는 황일봉 회장이 있다”며 “황 회장과 측근들은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오월 동지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혹에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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