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연재기자

중학 때 학폭 피해 광주 교사, ‘학폭 반대’ 전도사로 나섰다

by 광주일보 2023. 2. 15.
728x90
반응형

광주 경신중 과학교사 이호동씨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잔혹”
서울·대전 등 전국 돌며 캠페인
전국 동료교사·학부모 등 동참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까지 따
책도 발간…인세는 피해자에 기부

이호동씨가 14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한 거리에서 학폭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를 계기로 학교폭력(학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학폭의 흉포화, 지속성 등을 보여줘 이에 따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실에서 학폭의 잔혹성은 드라마와 같지만, 피해자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복수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학폭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피해 사실을 평생 숨기며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광주에서 더 글로리의 주인공 송혜교와 같은 학폭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교사가 돼 전국을 돌며 ‘학교폭력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광주 경신중학교 과학교사 이호동(45)씨는 30여년 전 겪은 학교폭력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드라마 속 ‘복수극’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 전국을 돌며 ‘학교폭력 반대’ 메시지를 전하는 전도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8년동안 이씨가 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학폭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그대로였다. 학생들 사이에서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다 학부모와 학교가 개입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나마 학교 밖으로 드러나는 학폭 사례는 너무나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학교폭력인지 아닌지도 몰라서, 어디에 알려야 할지도 몰라서 대처하지 못하는 학교폭력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이씨의 이야기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학교폭력 사례 건수는 2020년 896건, 2021년 1920건, 2022년 3007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 학생 대비 2020년 0.9%, 2021년 1.0%, 2022년 1.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학교폭력예방상담센터 등에 따르면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당하고도 학교 측 실수로 가해자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배정된 경우부터 오래 전 학교폭력 피해로 10여년째 방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피해자, 자식이 학교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잇따라 몸져누운 부모 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씨는 거리로 나섰다.

이씨는 지난 7~9일 2박 3일에 걸쳐 서울 용산역, 청계천, 코엑스, 이태원 등지를 돌며 학교폭력 근절 시민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학교폭력 근절 메시지를 담은 띠를 두르고 현수막을 펼친 채 전단지 4000부를 배부하는 캠페인인데, 아내 박소영(41)씨와 아들 이성광(12)군도 동참해 한 목소리를 냈다.

15일에는 광주시 동구 산수동 일대에서 캠페인을 하고, 수완지구와 용봉동, 계림동 푸른길 등 광주 일대를 돌 계획이다. 이후 대전, 부산, 제주 등을 돌며 전국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씨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세가지다. ▲친구가 괴롭힘 당하면 절대 가만 있지 말고 신고할 것 ▲학교폭력을 당하면 누구든 주변에 도움을 청할 것 ▲친구에게 하는 장난·놀림은 그 자체로 학교폭력이라는 것이다. 이 교사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전단지를 나눠주며 “집 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고 늘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어른들이 늘 강조하는 불조심, 차조심 등 메시지를 아이들이 몸으로 기억하듯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도 꾸준한 교육으로 체득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학생뿐 아니라 부모와 주변인들 모두가 학교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작은 외침이나마 누군가 듣는다면 학교폭력에 대해 한번 더 곱씹게 되고, 그 영향력이 자식과 부모, 이웃에게 차츰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으며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뜻에 동참하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동료 교사와 교회 집사, 이웃,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 등이 “나도 피해자다”는 사실을 밝히며 캠페인에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이씨는 캠페인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학폭 근절에 힘쓰기로 했다. 지난 1월 이씨는 직접 학교 폭력 상담을 맡고 싶다며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이씨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와 에세이를 담은 책도 쓰고 있다. 원고 작업은 마쳤으며 현재 아내 박씨가 삽화 작업을 하고 있다. 책을 통해 얻은 인세는 전액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또 맘카페 등 인터넷 공간에 학교폭력 근절 메시지를 전파하고,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기부금과 위로금을 전달하는 활동도 계획 중이다.

이씨는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버릴 만큼 아픈 그 고통을 모른다”며 “이 나라에서 더 이상 한 명의 학교폭력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는 날까지 캠페인, 출판, 상담, 위로, 기부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아침 굶지 마세요” 광주에 전국 첫 ‘근로자 조식센터’

3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근로자 조식센터’가 운영에 들어간다.아침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새벽 일찍 출근하는 산업단지의 작업자들에게 저렴하게 아침식사를

kwangju.co.kr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중 백운광장에서 상수도관 파손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중 상수도관이 파손돼 수돗물이 도로로 쏟아졌다.14일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진행중이던 백운광장(남구청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