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마비 딛고 영화 만드는 광주 출신 조재형 감독
전남대 영화패 ‘아리랑’ 활동…2018년 사고로 중증장애 얻어
5·18 소재 다큐·독립영화 등 제작…여성장애인 로코물 개봉
온 몸이 마비돼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음에도 울림을 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감독이 있다. 주인공은 조재형(53)영화감독.
“상상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것이 재밌어서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조 감독은 어린시절 동시상영관에서 진행되는 영화 4편을 하루에 볼 만큼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로는 전남대 영화패 ‘아리랑’에서 활동하며 독립 영화 제작에 관심을 기울였다.
광주출신 조 감독은 지난 2018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지마비’라는 불운과 마주했다. 새벽까지 작업하던 어느 날,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경추를 다쳤고 이로 인해 조 감독은 어깨 아래의 관절과 근육을 사용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됐다.
그는 장애를 갖기 전 벌써 다큐와 독립영화 6편을 만들었다. 대부분 소재는 5·18민주화운동과 IMF 당시 서민들의 이야기일 만큼 역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갑작스레 찾아온 전신마비는 그에게 큰 상심으로 다가왔다.
“당시 병원에 3년간 입원하며 재활치료에 매진했어요.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장애인의 생활을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모든 것이 낯설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죽고 싶어도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의지대로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 너무 무기력하게 다가왔죠”
그러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영화’였다. 조 감독은 재활 기간 동안 수많은 영화를 봤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자 일을 찾게 됐고, 하루 중 대부분을 영화 시청으로 보냈다.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나라면 이렇게 만들텐데”, “나도 영화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똥싸는 소리’는 실제 광주 장애인 상담소에서 일하는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다. “장애 극복이라는 장애인 영화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장애를 소재로 로맨틱하고 코믹적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게 조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다섯 시간마다 인위적으로 빼내야 하는 소변문제였다. 이마저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안 될 일이라, 촬영 도중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영화 제작을 마칠 수 있었다.
‘똥싸는 소리’ 개봉을 마친 현재는 5·18 시민군 기획실장이던 김영철씨의 딸을 주제로 남아있는 5·18 유가족에 대한 내용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영화는 내년 5월 개봉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조 감독은 ‘따뜻하고 울림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저 하나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 아닌 관객들에게 작은 파장이라도 줄 수 있는, 생각할 거리를 던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영화인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줄 조언을 부탁했더니 다음과 같은 말이 돌아온다. “몸이 힘들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작은 것부터 움직이면 됩니다. 막막한 상황이라 지칠 수 있지만 시작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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