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직접 체험 위해 2박3일간 광주 찾아
희곡 ‘푸르른 날에’ 낭독 준비하며 ‘5·18 민주화운동’ 알게 돼
2박3일 머무르며 사적지 답사 “광주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오월 광주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기 위해 일본의 한 배우가 광주를 찾았다. 사케구치 아야나(24)씨가 그 주인공.
사케구치씨는 오월 광주를 다룬 낭독회 공연을 앞두고 지난 9일 2박3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기자가 그를 만난 건 10일 오전 10시 30분 5·18민주광장에서였다.
김용철 오월지기와 김경미 일본어 자원봉사자와 동행한 사케구치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여행이 광주”라며 웃었다. 5·18민중항쟁 추모탑 앞에 서서 글자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읽었고, 분수대 앞 시계탑에 서서는 오월지기의 설명을 듣는 등 진지한 표정으로 광주 역사의 현장을 느꼈다. 양림동에 머문 첫날에는 들불야학터와 시민아파트 등 5·18 역사 현장을 둘러봤고 둘째날인 10일에는 5·18민주광장과 전일빌딩, 5·18기록관을 방문했다.
사케구치씨는 배우를 꿈꾸며 2년간 배우 양성소에서 공부했다. 코로나로 제약이 적지 않았지만 와중에도 sf코미디 연극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는 일본 한일극장 교류센터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정경진 작가의 희곡 ‘푸르른 날에’ 낭독 무대에 선다. 목포 출신 정경진 작가가 5·18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는 연출가 후지와라 카나를 포함해 13명의 배우들이 함께한다. 후지와라 카나와는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이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라보는 관점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번 낭독회까지 참여하게 됐다.
사케구치씨는 광주에 방문하기 앞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혹시 한국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하는 고민도 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만난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그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5·18민주화운동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작품을 준비하며 “5·18은 한국의 역사에서 절대 잊혀져서는 안될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5·18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라 이번 무대가 아니었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름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만약 내가 1980년 5월 현장에 있었다면 그들과 함께할 용기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사케구치씨는 앞서 광주에 다녀간 후지와라 연출가의 말을 떠올렸다. ‘광주에 다녀오기 전에 읽은 희곡과 다녀온 후에 읽은 희곡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5·18의 역사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접하다 보니 “광주라는 도시가 지니는 상징과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고 했다.
“텍스트로 희곡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아니 어렴풋이나마 그 의미들을 알 것도 같습니다. 광주 시민들이 피와 눈물로 지켜낸 민주주의의 정신이 다음 세대까지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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