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거액 챙겨…영장실질심사 출석 안해
법원 “구인장 발부했다”…경찰은 “법원이 재심사 일정 잡아달라”
피의자가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400억 여원의 비트코인을 빼돌린 30대 여성이 15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장에 불출석하면서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씨는 아버지와 함께 비트코인의 거래가 평균치를 맞추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거래가를 조작해 1400억원이 넘는 범죄수익을 올린 혐의(도박공간개설·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로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구인장을 발부한 법원과 집행을 맡은 수사기관중 누가 책임을 방기한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수사기관 등에 구금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한 이른바 사전 구속영장은 영장실질심사 절차를 거친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구인장을 발부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영장실질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구인장 발부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A씨에 대한 구인장도 발부된 상태로 오는 20일까지가 기한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사전 구속영장을 위한 영장실질심사에 피의자가 불출석하는 경우 문제가 되고 있다.
사후 구속영장의 경우에는 피의자의 신병이 이미 확보된 상태라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심문기일에 법정에 데려오면 되지만, 사전 구속영장의 경우 피의자가 구금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집행해 피의자를 법정까지 구인해와야 영장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불출석하면서 후속조치에 대해 법원과 수사기관의 의견이 엇갈려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 측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굳이 강제로 구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구인장을 법원에 반환하고 다시 구인장을 받아 실질심사 일정을 잡아왔다”며 “재 실질심사에서도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영장실질심사 일정도 다시 잡겠다는 것이 경찰 측의 계획이다. 피의자가 영장심사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는데도 이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법원은 구인장 발부는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수사기관이 반드시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대면해 심문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출석을 거부해도 구인장을 집행해 법원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의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이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난 상태에서 굳이 피의자를 구인해 강제로 출석시켜 심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과 “피의자의 불출석을 그대로 허용하면 방어권 등 피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인신구속에 신중을 기한다는 영장심사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A씨의 사건의 경우 A씨가 19일로 연장을 원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인정해 주지 않고 15일로 실질심사를 강행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면서 “원칙은 구인절차를 집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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