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는 17세다. 그녀는 글래스고 병원 메이 병동에 누워 있다. 왜 자신이 죽어가야만 하는지 알고 싶은 그녀의 머리 위로 17년이라는 세월이 느슨하게 드리워져 있다. 스웨덴 출신의 레니는 엄마, 아빠와 함께했던 첫 번째 생일이 첫 기억이다.
그러나 영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행복은 깨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던 그녀만이 아니라 행복을 잃은 엄마도 멍한 눈으로 레니를 바라보고 있다. 아빠는 그런 엄마와 레니를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소니 픽쳐스 영화 제작이 확정됐으며 전 세계 27개국 번역 출판된 작가 매리언 크로닌의 장편 ‘레니와 마고의 백 년’이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고 2022 ‘알렉스 어워드’ 수상작에 선정됐으며 2021년 영국 ‘인디펜던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엄마는 갑자기 레니를 아빠에게 맡겨둔 채 홀로 스웨덴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레니의 ‘상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 결국 누군가의 곁에서 겉돌기만 하던 레니는 자신의 삶에서마저 겉도는 신세가 되어 시한부 환자 병동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레니는 그곳에서 신입 간호사, 계약직 직원, 미술실 선생님, 아서 신부님 그리고 마고를 만난다. 그 가운데 레니는 83세의 마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점차 자신의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삶의 끝자락에 앉은 마고에겐 지난 83년이라는 세월이 채워져 있다. 마고는 사랑을 약속한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얼마 후 소중한 아들을 심장마비로 잃고 만다. 17세와 83세의 생이 저무는 무렵의 온기와 백 년의 삶의 조각은 그렇게 잔잔한 이야기로 모아진다. <해피북스투유·1만6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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