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패션, ‘절제된 소박함’일까 ‘요염한 관능미’일까
‘조선 럭셔리’ 가채, ‘품격의 완성’ 쓰개, ‘겹겹의 억압’ 치마,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상투와 댕기, ‘조선 패셔니스타’ 기생….
조선 여성들의 옷차림에는 유교 관념이 투영돼 있다. 한편으로 조선 여성들의 의복은 이중성을 함의한다. ‘절제된 소박함’ 이면에 ‘요염한 관능미’가 자리한다.
옷과 장신구를 아우르는 말을 복식이라 한다. 현대적 의미로는 패션이다. 그 시대의 생활상을 세미하게 보여주는 분야가 바로 패션이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철학, 정치, 경제, 예술 전반을 반영하는 문화적 상징”이 옷과 장신구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통 복식을 정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규격화된 제복이나 의례복으로 상정한다. 그러나 시대는 변한다. 사람들의 사상이나 의식 또한 맞물려 변화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전통의복인 한복도 시대와 호응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과거에 박제된 복식이 아닌 현대의 문화와 삶을 반영하는 패션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한복에 담겨진 이야기를 조명한 ‘조선패션본색’은 전통 패션에 담긴 멋과 사상, 의미 등을 담은 책이다.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한복의 힙과 맛’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조선 여인들의 애환 속에서 빚은 옷과 장신구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숙명여대 채금석 명예교수로 한성백제박물관 ‘백제의 맵시’, 부여 백제문화단지 백제복식 고증재현을 했다. 채 교수는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복식문화 고대’, ‘문화와 한디자인’, ‘세계화를 위한 전통 한복과 한스타일’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저자는 남녀유별을 강조한 유교 이념이 조선 여인들의 생활과 복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선의 이념과 시각으로 한복의 역사를 규정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한복은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세계적인 관심과 찬탄을 받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한복’은 남녀구별이 없었다. 구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이며 그것의 근간은 유교 이념이었다. 조선의 한복에는 무수히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먼저 머리모양부터 상징의 의미가 달랐다. 하늘을 향해 솟은 남자들의 상투는 고대부터 조선까지 이어졌다. “하늘을 향한 여자들의 올림머리는 없어지고 모두 땅을 향해 아래로 드리운 쪽머리, 댕기머리로 변했다.” 저자는 이를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남녀유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댕기는 용도나 연령에 따라 상이했다. 궁녀들은 네 가닥 댕기, 팥잎댕기 등을 사용했다. 일상용으로는 쪽댕기, 도투락댕기 등이 있으며 어린아이들은 배씨댕기, 제비부리댕기 등을 착용했다.
머리숱이 많아 보이기 위해 사용한 가체는 “땋은 머리를 덧넣어 얹은 머리”를 일컫는다. 흔히 ‘다래’ 또는 ‘다레’라고도 한다. 표준어는 ‘다리’이다. 그렇다면 가체의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저자는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올림머리 등을 보면 고대에서부터 고려, 조선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특히 사대부집 여인들의 크고 높은 앉은머리는 부와 권력의 척도였다. 머리치장에 가산을 탕진하는 일이 빈번했고 가체 값이 치솟아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쓰개는 머리 보호와 방한, 격식을 위해 머리에 쓰는 모자다. 조선의 여인들은 외출 시 의례와 방한 목적으로 쓰개를 착용했는데 이 또한 신분을 드러내는 표식이었다. 조선 후기에 일반화된 방한용 쓰개로는 아얌, 조바위, 남바위, 굴레, 풍차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밖에 책에는 조선 여인들의 방인 규방을 매개로 한 공예품 이야기를 비롯해 조선패션명품인 보자기, 조각보, 매듭, 주머니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저자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이 규정화된 이미지로 소화되는 모습이 안타깝고 불편하였다”며 “우리 복식이 품고 있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식의 편집·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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