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는 안목부터 키워라…아는만큼 보이는 미술투자 가이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수련’이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7040만달러(한화 805억원)에 낙찰됐다. 예상가(4000만 달러)의 2배 가까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당시 모네의 ‘인상, 해돋이’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 파리 미술계는 평가절하하고 조롱했다. 그럼에도 프랑스 혁명후 상류층 귀족 대신 새롭게 부상한 의사, 기술자, 요리사 등 ‘보통 사람들’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에 매력을 느꼈다.
화상(畵商) 폴 뒤랑뤼엘이 인상주의 화가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그는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며 사재를 털어 당시 인기가 없던 이들의 작품을 수백~수천 점씩 사들였다. 20여년이 지나서야 그의 장기 투자가 빛을 봤다. 그는 “내가 만약 60대에 죽었다면 엄청나게 많은 인상주의 그림에 둘러싸여서 굶어죽었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그림은 ‘화가의 손에서 한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안에서 또 한번’,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미술사학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펴낸 미술에세이 ‘그림값의 비밀’은 화가와 컬렉터가 미술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이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저자는 ‘미술이라는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세계가 돈에 의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과거와 현재, 한국과 서구를 넘나들며 펼쳐 보여준다.
저자는 ‘미술시장의 여명기’라 할 수 있는 중세 이탈리아로 시선을 돌린다. 1350년께 흑사병이 창궐하자 종교적 구원을 갈망하는 많은 이들이 그림을 사서 교회에 기증하고자 했다. 미술시장에 수요가 몰리는데 반해 전염병 때문에 그림을 그릴 화가들이 부족해 자연 그림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14세기 후반에 저렴한 미술품이 활발하게 유통되며 미술품 가격도 하향 안정화됐다. 흑사병이라는 팬데믹 속에서 미술품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자는 시대별 대표적인 화가들의 작품창작 이야기와 함께 아트딜러(그림 상인), 컬렉터를 통해 미술시장의 전개과정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술의 위상을 보여준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등 ‘밥벌이의 지겨움’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준 화가들의 이야기는 저자가 가장 애착을 갖는 부분이다. 뒷부분에는 ‘한국미술시장에서는 왜 작품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나요?’ 등 10개 궁금증에 대한 Q&A를 붙였다.
미국 최고의 갑부이자 자신의 미술 컬렉션을 공개한 장 폴 게티는 “미술 수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며, 그것을 함께 나누는 것은 최고의 보람”이라고 했다. 디지털 아트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등 온라인에서도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는 시대에 독자들은 중세부터 현재에 이르는 미술투자의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을 듯 하다.
<창비· 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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