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박신영 지음
샤롯 브론테의 ‘제인에어’를 읽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난한 제인에어와 귀족 로체스터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에게 된다. 로체스터의 부인 버사 메이슨에게 집중하는 이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박신영 작가의 신작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로체스터가 효용가치가 없어진 버사 부인을 ‘성적 방종과 광기가 유전된’ 크레올(식민지에서 태어난 백인과 혼혈인을 포함한 말) 여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신착란으로 몰아 다락방에 가뒀다고 말한다. 백인 여성 제인이 건넜던 ‘재산, 계급, 사회인습’이라는 바다를 크레올인 버사 부인은 건널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저자 박신영의 신작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는 27편의 명작으로 만나는 낯선 세계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책은 ‘유럽의 형성, 유럽인의 탄생’, ‘중세문명과 민중의 삶’, ‘대항해시대, 패권의 흐름’, ‘산업혁명과 근대화, 경쟁의 뒤편’, ‘제국주의와 세계대전’ 등 5개 카테고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 ‘변신이야기’,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바보 이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많이 알려진 동화, 고전명작, 설화를 골라 역사의 뒷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그림형제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통해서는 유럽 농촌공동체를 파괴시켰던 ‘인클로저’(장원 영주나 부유한 농민이 농지 등에 울타리를 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일)와 마녀 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는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의 티파티와 아편전쟁으로까지 확장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바그너의 작품 ‘니벨룽의 반지’의 모티브가 된 ‘니벨룽의 노래’를 통해서는 독일 통일과 히틀러의 등장,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살펴본다.
책은 또 1934년 출간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통해 영국에는 왜 철도미스테리 소설이 많은지 살펴본다. 그밖에 ‘크리스마스 선물은 왜 산타클로스가 줄까’, ‘소설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은 왜 큰 전쟁을 일으킨 책이 되었을까’, ‘조로는 왜 검은 옷을 입었을까’, ‘옛날 이야기의 주인공은 왜 셋째 아들일까’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누구도 역사의 조연 혹은 무대장치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권력을 가진 쪽이 기록한 역사 이외에 다른 역사도 있었고, 오늘날의 세계질서가 이렇게 짜인 것은 필연적이지 않고 당연한 결과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바틀비·1만9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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