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사회’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누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람과 사물을 평가할 수 있다. 호불호뿐 아니라 별점이나 좋아요, 댓글 등으로 등급을 매긴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상품에 품평을 하는 것은 자유다. 이로 인해 상인들은 별점과 댓글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실 평점사회 바탕은 플랫폼 기업에 의해 구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 플랫폼은 “데이터, 영상, 배달, 돌봄, 아르바이트(시간제노동제), 자동차, 잠자리 등 유무형 자원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분주한 온라인 정거장과 같다”고 본다. 우리가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앱들이 이를 돕는 플랫폼 장치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0월 15일 우리 사회는 잠시 멈추는 경험을 했다.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국민 대부분이 카카오톡에 가입한 상황에서 이것과 연동된 카카오맵을 비롯해 카카오T, 카카오페이, 다음 한메일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혼란에 빠졌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카카오 먹통’ 사태는 역설적으로 카카오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플랫폼이 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개개인이 얼마나 카카오톡에 ‘길들여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카카오 또는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이 시장 잠식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많은 영향과 나아가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 지를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디지털 폭식 사회’. 서울과학기술대 이광석 교수가 펴냈으며 2022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됐다. 저자는 지금까지 ‘포스트디지털’, ‘디지털의 배신’, ‘데이터 사회 미학’과 같은 테크놀로지와 사회, 문화가 상호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는 책을 발간했다.
저자에 따르면 플랫폼의 이점은 ‘분산돼 있는 자원 공급자를 수요자가 시장 선택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른바 경제 행위자들의 자원 교환의 효율성을 높인 물류 병참학에 이바지해왔다는 논리다. 자원 중개에 대한 수수료를 취하고 신생의 불완전 노동시장을 만들고 유연근무와 고용창출 효과를 창출했다.
그러나 문제는 플랫폼이 권력이 될 때 발생한다. “플랫폼에 매달린 이용자의 일상 활동은 수시로 감지되어 데이터로 쉽게 치환되고 각자의 취향은 알고리즘 분류 처리를 통해 미래 구매력 예측 지표로 쓰인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은 소비자·노동자·시민 데이터의 수집과 감시 없이는 그것의 제 기능이 작동 불가한 ‘기생 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인다.”
저자가 책에서 주요 개념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피지털’(phygital)이다. ‘피지컬’(physical·물질)과 ‘디지털’(digital·비물질)이 합성된 신조어다. 디지털과 물리적인 것의 혼합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저자는 “플랫폼 앱처럼 디지털 세계의 기술 장치가 물질계의 지형과 배치를 좌우하는 신기술 과밀도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했다.
또한 저자는 ‘피지털 플랫폼’ 개념을 유의해서 들여다본다. 가상의 플랫폼 자본이 우리의 현실 감각을 토대로 이전과는 다른 통제 권력이 됐다는 의미다. 저자는 나름의 이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점차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 현실 속에 디지털 ‘독성’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본다.
<인물과사상사·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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