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까 같이 살아주는 거야. 어디 가면 당신 거들떠보지도 않아.”
남편이 자기의 아내에게 이런 부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면? 사회관계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러한 일은 나아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완벽히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간 ‘타인의 마음’에서 “‘가스라이팅’은 상대에게 ‘생각의 무기력’이라는 습관을 심어준다. 우리 뇌는 충격의 크기보다는 빈도에 훨씬 더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특히 비관적인 사람들은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에 ‘~을 하다’와 같은 동사가 유난히 적다고 분석한다.
가스라이팅은 특히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 당하기 쉽다. 한국사회는 ‘피로사회’라고 부를 만큼 많은 이들이 지쳐 있고,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어 가스라이팅 하기가 더 쉬워진다.
‘인간관계가 힘든 당신을 위한 유쾌한 심리학 공부’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은 tvN 디지털 지식플랫폼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인기 콘텐츠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를 바탕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수직적 권력관계와 심리적 지배관계를 악용해 상대의 심리를 통제하는 ‘가스라이터’를 비롯해 틈만 나면 남을 욕하는 사람, 나를 남과 비교하는 사람, SNS 게시물에 나쁜 댓글을 다는 악플러,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사람 등 누구나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분석한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경험한 수많은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왜 그러할까’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대처방법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며 “비록 내게 힘듦을 안겨 주는 타인일지라도 그들을 이해하고, 나에게도 있을지 모르는 그런 측면들을 잘 다스려 모두의 생존력을 함께 높여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강조한다.
최근 사회적 참사를 겪은 시민들의 심리상태를 감안하면 누구나 적절한 상담과 치유가 절실하다. 매일같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정치권의 막말 또한 사람들의 심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들 말한다.
타인의 심리를 읽고 대처할 수 있다면 요즘의 사회문제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신간 ‘타인의 마음’은 사람과 사람사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막막한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샘터·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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