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화는 불교의 나라 고려 왕조의 화려 장엄한 불교문화와 조선조 후기 실학사상이 탄생시킨, 한국의 미를 간직한 아름다운 꽃 예술양식이다.” 우리에게도 고유의 꽃꽂이 양식과 꽃 문화가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에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장(宮中綵花匠)이자 한국궁중꽃박물관 초대 관장인 황수로 선생은 최근 펴낸 ‘한국의 아름다운 꽃, 병화’를 통해 명료하게 답한다.
조선왕실에서 꽃을 담당했던 화장(花匠)의 맥을 잇고 있는 선생은 한국·중국·일본 문헌 기록을 인용해 고대 부여에서 조선 때까지 유구하게 이어져온 우리의 꽃 문화사와 병화(甁花·병을 이용한 꽃꽂이)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한 저자는 고구려 쌍용총 벽화와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조선 책가도(冊架圖), 민화 등 전통회화 속에 남아있는 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표현하는 독창적인 시도를 했다.
무엇보다 조선 달 항아리와 백제 토기, 붉은 오지그릇, 놋대야, 대통, 중국 청화백자, 아프리카 토기 등 다양한 물성의 그릇에 고매(古梅)와 노송(老松), 모란, 자생식물 등을 어우러지게 해 성별과 신분을 떠나 꽃을 즐기던 조상들의 아취(雅趣)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특히 화장의 손끝에서 피어난 일지병화(一枝甁花·꽃병에 꽂은 한 가지 꽃)는 중국의 당화(堂花), 일본의 생화(生花)와 다른 단순간결의 미학과 인위적 조형미를 배제하는 무형의 미학, 절제된 공간미 등 고유의 한국미를 보여준다. 저자는 앞서 2014년에 ‘채화(綵花·비단으로 만든 꽃)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궁중채화’를 펴낸 바 있다.
<수류산방·4만9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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