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순 없지만 사람들에게 울림 주는 연주하고파”

버클리음대 출신 광주 재즈피아니스트 강상수씨
공연·강연·봉사 등 활발…정율성 가곡 편곡 음반 내기도
“시각 장애인들 주체적으로 살다 보면 기회 올 것”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본인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 음악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버클리음대 출신 광주의 한 재즈피아니스트가 화제다.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강상수(34)씨.

강씨는 선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저시력 장애인이었다. 그러던 도중 초등학교 1학년 때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 앞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완전한 실명을 겪게 됐다. 순식간에 찾아온 실명은 강씨의 일상에, 삶 전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강씨는 곧 광주시각장애특수학교를 다니며 익힌 점자와 묵자를 통해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일상 속에서 시각장애인의 한계가 와 닿을 때도 있지만 강씨는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란 강씨는 2017년 버클리음대를 졸업한 재즈피아니스트다. 앞서 나사렛대학교 음악목회학과에서 건반을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기도 하다. 현재는 스카이브릿지 재즈밴드와 라온재즈밴드에서 활동 중에 있다.

강씨는 각종 초청공연과 인문학 강연, 공무원 출강 등 전국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디지털 싱글 ‘GREEN FIELDS’를 발매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 강씨가 포기하지 않고 음악인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키다리아저씨의 역할이 컸다.

강씨가 나사렛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의 일이다. 음악을 좋아하던 학교 교직원 이동근씨는 강씨의 열정을 눈 여겨봤다. 어느날 이씨는 ‘도움을 주고 싶다’며 개인 후원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이씨는 강씨에게 한달 5만 원씩 지급했다. 이후 강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있을 적에는 10만 원으로 늘려 유학생활에 보탬이 됐다.

강씨는 “힘들었던 순간마다 늘 이동근 선생님을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대학생 때, 선생님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후 강씨는 유학비용 마련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학교 캠퍼스 구조를 3주만에 외워서 같은 시각장애인 학생의 캠퍼스 내 이동을 돕는 이동지원장학 아르바이트도 했고 피아노 레슨, 결혼식 반주, 학교 도서관 점자도서 교열, 음료자판기 점자 테이프 부착 등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강씨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버클리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응원의 손길이 담긴 강씨의 배움은 나눔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돌아온 강씨는 밴드 활동을 하며 병원 환우들을 위로하는 힐링콘서트,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 등을 다니며 따뜻한 선율을 건넸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광주의 정율성 예술 가곡을 편곡해 음반으로 내기도 했다.

강씨는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교감하는게 음악이라고 자부한다.

“재즈 공연 중 즉흥 연주를 한 적이 있어요.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연주할 때 늘 청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관객석에서 저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노래를 부르시는 관객분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때 ‘내가 누군가를 노래 부르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필요한 음악으로 찾아갈 수 있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씨는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기회는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 주어지는 것”라며 “세상을 너무 방어적으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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