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에 담긴 세상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이탈리아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by 광주일보 2022. 9. 24.
728x90
반응형
‘이탈리아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이런 제목의 인터넷 ‘짤’이 돈다. 내용은 이렇다. “1. 파인애플을 올린 피자를 이탈리아인에게 내밀자, 그가 분노하는 모습.” “2. 아이스 아메리카노 앞에서 이탈리아인이 화내는 모습. 또 다른 건 한국의 한 카페 메뉴인데 ‘Non Coffee’라는 항목의 메뉴에 주스류와 함께 아메리카노를 써 놓은 사진.”

이 사진을 본 사람들 반응은 여러 갈래다. 일단은 재미있게 보았다고 느낀다. 음, 이탈리아인은 이런 메뉴를 싫어하나봐. 하나 알게 되었어. 흥미로운걸. 이 정도의 반응이 제일 많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다. 교조적인 게 아니냐, 음식이 다른 나라에 가면 변할 수도 있지 화를 내는 건 뭐냐. 나아가서,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귤을 모독했다고까지 할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시각으로 확장되기까지 했다.

사실 이탈리아의 원조 피자는 딱 세 가지다. 마르게리타(바질, 모차렐라치즈, 토마토소스), 나폴레타나(안초비가 추가된 것), 마리나라(치즈를 올리지 않고 마늘과 토마토만 넣은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피자는 원조인 나폴리식이다-여담이지만 국가대표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는 축구팀이 나폴리다. 이 피자가 이탈리아 전국으로 퍼지면서 다채로워졌다. 자기 지방 특산물을 올리기 시작한 것. 햄, 버섯, 해산물 등 온갖 토핑이 지방별로 등장했다. 그러니, 파인애플 올린 걸 저토록 분노할 일이냐는 지적이 나왔다고나 할까.

실은, 이 인터넷의 사진은 유머다. 이탈리아인을 살짝 풍자하기도 하면서 한번 웃고 보자는 의미의 가벼운 의도였던 것 같다. 그러니 예능을 다큐로 받지는 말라는 배경 해설이 가능하다. 커피도 그렇다. 아메리카노란 이탈리아에 진주한 미군들이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시기 시작하며 생겼다는 설이 있다. 아메리카노를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미국식의, 미국인이란 뜻이다. 원래 이탈리아에 없던 커피란 말이다. 한국인은 에스프레소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문화적 풍토가 애초에 다르고, 아메리카노 커피를 미국식 프랜차이즈 커피브랜드로 접했기 때문이다. 숭늉처럼 적당히 자극이 있고, 너무 쓰지 않으며, 오랫동안 대화하며 카페에서 마시기엔 아메리카노가 적격이었을 것이다. 이걸 두고, 한국인은 이탈리아 커피 맛을 모른다거나 무시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된다.

음식 문화는 문화접변 현상 중에서도 가장 또렷한 족적을 남긴다. 우리가 즐겨 먹는 햄버거, 우동, 짜장면은 한국인이 수많은 외부 권력과 접촉했던 파란만장한 역사를 증명한다. 이 음식들은 이른바 ‘오리지널 원조’와 많이 다르다. 그걸 원조쪽이 비난하면 많이 곤란하다. 문화는 이전되고 수용하면서 처지에 맞게 바뀌게 마련이니까. 그리하여 그것이 더 극적인 제3의 오리지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흥미진진해진달까. 짜장면은 청나라 사람들이 전해 주었지만. 이제 중국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국수다.

바라건대 이렇게 변화 수용된 곳에 원조도 같이 건너와서 부대끼고 먹고 마시는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이탈리아 원조 피자와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한편으로는 고구마나 매운 소스를 얹은 한국식 피자가 경쟁하는 그림이 멋지지 않은가. 누군가는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다른 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세상, 아니 오히려 서로 바라보며 웃어 주는 풍토가 인간이 바라는 세계일 것이다. 폭력은 필시 오해와 깔보기에서 시작되곤 한다. 참 생각이 많아지는 ‘인터넷 짤’이 불러온 이야기다.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안심’이니 안심하세요

한때 한국의 돼지 유통을 담당하거나 후원하는 곳에서 하던 하소연이 있었다.“안심 후지 좀 팔아 주소.”둘 다 돼지고기 부위다. 한국은 돼지든 소든 부위별 유통과 가격이 잘 나오는 나라다.

kwangju.co.kr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남도의 비비추를 우리 곁 화단에서 볼 수 있다면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기 위해 나는 숲과 들 그리고 식물원과 공원, 정원과 육묘장까지 식물이 있는 모든 장소를 다닌다. 최근 우리나라에 식물 세밀화가 대중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개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