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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사죄 없는 일본…결정 미룬 법원…눈물짓는 할머니

by 광주일보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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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2일 광주시 서구 양동의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 자택을 찾아 양 할머니가 직접 쓴 편지를 전달 받아 들어보이고 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순천 출신 김성주(93) 할머니 관련 대법원의 미쓰비시 자산 강제매각(특별현금화 명령) 결정이 또 기약없이 미뤄졌다. 김성주 할머니 사건의 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지난 2일 사건을 결론짓지 않은 채 퇴임식을 열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당초 김성주 할머니 사건은 김 대법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4일에 앞서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4월 미쓰비시 측 재항고를 받아 5개월여 동안 상당 부분 심리가 진행됐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법관이 매듭을 짓지 않고 퇴임하면서 신임 대법관이 사건을 파악하고, 업무분장을 새로 짜는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늘었고 김 할머니 위자료 지급을 위한 강제집행도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

이에 따라 같은 내용으로 재항고 심리가 진행 중인 나주 출신 양금덕(93) 할머니 사건 역시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측은 정부가 사건 심리 중인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영향으로 선고가 늦어진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7월 26일 (미쓰비시중공업 자산 매각 결정시) 대일 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선고를 늦춰달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 재판부에 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광주를 찾아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들과 면담했으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박 장관이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강제 징용 문제를 빠르게, 합리적인 방안으로 풀겠다”면서도 “외교부 의견서 제출은 법령,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것이었다.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양금덕 할머니는 박 장관을 만나 자필 편지를 전달하며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에 우리 정부가 할말은 해야 한다”며 고 강조했다. 양 할머니는 박 장관에게 “돈 때문이라면 진작에 (소송을) 포기했다. 일본의 사죄·배상 전에는 죽지도 못한다”,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마디) 못하느냐”고 외교부 등 우리 정부의 대일 정책 태도를 비판했다.

일본 전범 기업 한국 내 자산 현금화 결정은 30년 전부터 한·일 양국을 오가며 이어져 온 ‘장기전’이었다.

지난 1992년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 유족회장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낸 ‘천인소송’이 시발점이었다.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규합해 모아 도쿄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건 것이다. 이 소송 외에도 여러 소송이 일본에서 이뤄졌으나 강제동원 관련 소송은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했다.

일본 법원을 통한 배상길이 막히자 양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 문을 두드렸다.

2012년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2018년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피고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은 “1965년 한일청구권 합의가 이뤄졌으니 더 이상 책임이 없다”는 핑계로 배상을 거부했다.

이에 양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2019년부터 미쓰비시 자산 압류 명령과 현금화 명령을 잇따라 법원에 신청하기에 이른다. 미쓰비시 측이 위자료 지급을 수년째 거부하고 있으니, 법원이 피고 기업의 한국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달라는 취지였다.

4일 현재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사건은 강제집행 명령에 대한 재항고 단계까지 진행돼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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