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고아원) 출신의 10대 여성이 자신이 사는 광주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육시설 출신의 10대 대학생이 광주의 한 대학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엿새만이다. 12장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 선택을 한 이 여성은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그리고 자신이 모두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전 7시 20분께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A(여·1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 12층에 사는 A씨는 숨지기 전까지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4용지 1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과 주민들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숨진 A씨 부친 역시 정신지체 장애를 안고 있어서 열 두 살 무렵이던 지난 2015년 광주의 한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그러던 중 품행의 문제로 2020년 전북의 한 아동보호치료시설로 보내져 생활했다. 법원의 통고처분에 따라 보육시설에서 치료시설로 보내진 것이다. A씨는 정해진 치료 기간이 끝나 지난해 2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광주지역 보육시설과 종종 연락할 정도로 관계는 유지됐다. 다만 지난해부터 보육시설에서 지낼 수 있는 연령이 기존 만 18세에서 6년 늘어난 만 24세로 늘어났지만, A씨는 ‘자립’을 결정했다고 한다.
숨진 A씨는 최근 들어 우울증 등이 악화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게 상담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20일에도 상담사와 장시간에 걸친 상담을 진행했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 등으로 부친과 함께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올해 초 광주시 북구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다가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모친도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보다 앞선 시기에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A씨의 남동생은 A씨가 한때 맡겨진 보육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A씨와 가족들 대부분이 정신 장애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추가 조사를 거쳐 특이 사항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내사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육시설 출신 10대들이 1주일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착 지원금 강화와 함께 심리 상담 등 지원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고아권익연대는 “비극이 잇따라 발생했다. 안타깝다. 지원책 마련도 좋지만 일단 보육시설을 떠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