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애인이라 받은 상처 글 쓰며 치유했죠”
‘장애 여성의 자기 역사 쓰기’ 상담소 수업 결과물 엮어
장애인 인식 전환 메시지보다 ‘공감’ 통한 치유 됐으면
“여성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남겨진 우리 안에 있는 상처들을 직접 표현하면 치유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비장애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여성이라면 더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 배우지 못한 아쉬움, 시설생활의 어려움 등을 장애 여성 7명이 저마다의 언어로 풀어낸 에세이집이 발간됐다.
도서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는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6개월간 진행한 ‘장애 여성의 자기 역사 쓰기’ 수업의 결과물이다.
이번 출간에는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미숙(38·사진) 사무국장의 역할이 컸다. 7명의 필진 중 한사람이기도 한 그는 구술 작가 강사 섭외부터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정리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서울지역 장애여성 시설인 ‘공감’에서는 꾸준히 장애 여성 삶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왔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 언니들(장애여성)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내면의 상처도 조금이나마 아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이들은 장애인활동가로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인권’에 대해 ‘생각의 틈’을 주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 서울지역 ‘공감’이라는 단체가 책 출간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한번 책을 펴내보자”라는 욕심을 냈다.
사실 지난 2019년과 2021년에도 책을 출간한 적이 있지만,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숙씨는 “앞선 두차례의 출판이 연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완벽한 결과물을 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스스로 글을 쓸 수 있는 분이 몇분 되지 않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분들도 있고, 글을 쓰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도 많아요. 언니들에게 그저 알 수 있도록 표현하기만 하면 그걸 정리해서 책을 내겠다고 했어요. 작가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던 사람들이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부끄럽지만 ‘작가’라는 호칭까지 얻게 됐습니다.”
미숙씨는 가장 많은 분량의 글을 썼다. 10살 되던 해 혈관기형으로 장애를 갖게 됐지만 첫사랑의 기억, 사랑했던 이들과의 이별과 추억, 생리현상 해결의 불편함, 술 이야기 등 장애를 떠나 ‘여성으로서의 삶’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 솔직하게 글을 썼어요. ‘엄마가 ‘다리병신’이라고 불렀다’고 글을 쓴 임은주 언니에게 제가 ‘이렇게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책에 담아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문제 없다”고 대답하더라고요.”
미숙씨와 장애여성들은 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아니다. 책을 읽는 다른 장애여성들이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라며 공감하고, 나아가 삶 속에서 겪었던 아픔들이 자신들이 잘못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
“장애인들은 사회에 나오지 못한 채 가족이 삶의 전부였던 시절 모든 문제 초점이 ‘내 장애’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살아가도록 강제하는 제도와 사회가 그 자체로 ‘장애’라는 걸 모르고서요. ‘공감을 통한 치유’, 저희가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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