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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최고은·최하나 작가 “‘요괴 이야기’ 통해 사회적 약자 말하고 싶어요”

by 광주일보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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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설 속 ‘요괴’ 연구
한예종 동문 ‘들곶이요괴협회’ 창립…‘슬픈요괴도감’ 발간
“여성 괴물 대부분 사회적 억압 담고 있어” ACC 21일 강연

플리마켓에 참여해 책을 판매 중인 최고은 작가(왼쪽)과 최하나 작가. <최고은 작가 제공>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요괴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 속 두려움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두려운 존재를 만들어 냈을까 고민해보니, 그중 여성 요괴는 여성이 가진 취약함을 이용해 사회적인 협박, 억압을 하려는 것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요괴’와 ‘괴물’은 우리의 전래동화나 소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심어주는 한편 교훈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읽으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인류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에게 동화 속 이야기로 두려움의 대상이자 친숙한 ‘요괴’, ‘괴물’을 연구하고 이와 관련한 이색적인 책을 펴낸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최고은(34) 작가.

“일본의 경우 요괴 만화가들을 중심으로 요괴를 연구하는 ‘세계요괴협회’가 있는데, 지난 2015년 친구인 최하나 작가와 함께 우리도 요괴를 연구해보자며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부근의 지명을 따와 ‘들곶이요괴협회’를 만들고 요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최고은·최하나 작가는 오는 21일 ACC 라이브러리파크 B4 특별열람실에서 ‘여성 괴물 대행진: 아시아 여성 괴물 도감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한예종 영화과 시나리오를 전공한 두 사람은 처음엔 오랜 기간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면서 살아남은 요괴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다. 그러다 어떠한 매력이 있어 현재까지 전래될 수 있었는지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협회원들과 공부를 하며 슬픈 사연을 가진 요괴들의 이야기 ‘슬픈요괴도감’을 발간했다. 그러나 책을 펴내며 ‘여성형 요괴’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들의 특성을 분석했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한국의 처녀귀신인 홍각시는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여자는 악귀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협박과 억압 때문에 생겨난 존재이지요. 사회가 여성에게서 ‘재생산’(출산)을 원하는데 이에 반하는 것은 그르다는, 사실상 억압의 매세지를 담고 있죠.”

두 작가는 홍각시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여성 괴물 ‘밴시’, 일본 ‘우부메’, 에콰도르 ‘툰다’ 등 다양한 국가의 여성 괴물을 재해석했다. ‘백주귀행: 여성괴물행진’이 그것. 이들은 여성괴물에 대한 설명과 해당 국가의 여성활동가와의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책에 대한 반응은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주는 독자들이 많다.

두 작가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하나 작가는 영화 ‘애비규환’, ‘말이야 바른 말이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고은 작가는 “‘불교에는 여성들만 가는 지옥이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부분을 착안해 책을 낼 예정”이라며 “이 밖에 이주민들이 이주한 공간에서 느끼는 무서운 이야기를 모티브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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