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촬영지 핫플레이스 ‘강골마을’
바다 바라보며 노천욕 만끽 ‘율포 솔밭해수욕장’
편백숲·삼나무숲 거닐며 삼림욕 ‘제암산 자연휴양림’
보성은 ‘녹차수도’를 표방하는 다향(茶鄕)이자 의향(義鄕), 예향(藝鄕)이다. 사계절 푸르른 녹차밭과 해수녹차센터, 제암산 자연휴양림 등 힐링 명소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한여름, 불볕더위를 이기는 보성 녹차밭과 제암산 자연휴양림, 율포 해수욕장으로 ‘치유’와 ‘쉼’ 여행을 떠나보자! 보성 녹차밭과 바닷가에서 한여름을 맞으며 여행자의 심신은 푸르게 물든다.
다원·휴양림 초록바다에서 힐링
한줄기 바람, 한 뼘의 그늘이 아쉬운 요즘이다. 바람기 한 점 없는 푹푹 찌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땡볕 아래 조금만 걸어도 절로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도시속 폭염을 피해 초록바다를 찾아 나선다. 보성 녹차밭이다.
흔히 ‘대한다원’으로 불리는 대한다업(주) 보성다원은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좌우로 도열한 삼나무 숲길을 지나 다원 입구에 다다르면 초록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비탈에 수없이 등고선을 그은 듯 굽이치는, 수채화 같은 초록물결이다.
제법 가파른 중앙계단을 천천히 올라 중앙전망대에서 숨을 고른다. 계단식 녹차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뷰 포인트이자 포토 존이다. 혼자 여행을 온 청년이 스마트 폰을 미니 삼각대에 고정시킨 후 녹차밭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셀카를 찍는다.
‘코로나 19’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때, 녹차 밭에서 바라보는 짙은 초록빛깔은 ‘위안’과 ‘힐링’ 그 자체이다. 혼자이거나, 다수이거나 상관없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자연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심신상인(心心相印), 말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전해진다.
보성군에서 운영하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은 숲속에서 휴양과 체험(모험), 치유, 워크숍(교육)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산림 복합 휴양공간이다.
우선 현대식 콘도·리조트 형태의 제암 휴양관(11실)과 ‘숲속 휴양관’(12실), 펜션형 ‘숲속의 집’(24동)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숲을 자연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야영장(51면)도 별도로 운영한다. 부대시설로 대학생 MT와 기업 워크숍에 활용할 수 있는 숲속교육관(세미나실)도 있다.
휴양림에서 제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함께 ‘해피 500 명상숲’과 편백숲, 삼나무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5.8㎞ 길이의 더늠길(무장애 산악트레킹로드)이다. 인간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해발 500m에 마련된 ‘해피 500 명상숲’은 삼림욕장과 풍욕장을 갖췄다.
또한 이곳은 짚라인과 모험시설(에코 어드벤처), 곰썰매, 전동휠 등 다채로운 모험시설을 갖춰 ‘놀이숲’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지난 5월부터 운영이 재개됐다. 제암산 능선 곰재에서 담안 저수지로 이어지는 계곡은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여름 피서지이다. 3단으로 설치된 물놀이장(2개소)은 수심이 낮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제암산 자연휴양림 내에는 ‘전남권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치유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환경성 질환의 예방·관리를 위해 체험관과 편백나무로 내부마감한 숙박동 5개동(8인실 2개동, 4인실 3개동)을 갖췄다. 환경성 질환 상담·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건강증진 체험(찜질방·녹차탕), 힐링요가 교실, 환경성질환에 좋은 식재료로 음식만들기 체험, 차를 이용한 명상 등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초암정원’(제 3호)과 윤제림내 ‘성림정원’(제12호)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가꾼 색다른 정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득량역 ‘추억의 거리’와 강골마을
‘내가 득량역에 온 것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신에게는 아직 열두 가마니의 득량 쌀이 남아있사옵니다’ 득량역과 주변 건물에 쓰여 있는 문구를 읽다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잘 알려진 어록을 살짝 비튼 문구들이다.
1930년 12월 25일 경전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득량역은 2000년대 들어 이용객 감소로 폐쇄될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프로젝트 진행 결과 역사(驛舍)가 문화역으로 꾸며지고, 역 앞 거리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거리’로 변모했다.
역전앞 거리에는 장군 왕대포, 꾸러기 문구사, 행운다방, 역전 만화방 등 1960~70년대 거리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실제 운영되는 상가에 부착된 팻말에는 가게 개점일과 운영자 등 가게의 내력이 적혀 있다. ‘역전 이발관’에는 ‘1967년 고(故) 공병학 이발사가 문을 열었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문구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거리를 천천히 거닐며 득량역 일대가 흥청거렸던 옛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조성역에서 직선거리로 7㎞ 떨어진 ‘강골 전통마을’은 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촬영지로 알려지며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핫 플레이스이다. ‘보성 이진래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159호)은 187년 전인 1835년(헌종 1년)에 지어졌다. 높다란 솟을 대문이 눈길을 끈다. 대문칸채(5칸)는 방문객들이 사용했고, 중문채(3칸)는 광으로 쓰였다. 일(一)자식으로 된 안채는 작은방-대청-큰방-부엌으로 구성돼 있다. 중문채 통로에 놓여있는 나무 구유(여물통)에서 오랜 시간의 역사를 느낀다.
오솔길을 따라 찾은 열화정(悅話亭·국가민속문화재 제162호)에서 번잡한 마음을 다스린다. 도연명이 쓴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친척과 정이 오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기뻐하다”라는 글귀에서 따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오로지 새소리뿐이다. 그대로 자연 속으로 스며든다.
바다보며 노천욕 만끽 ‘율포 솔밭해수욕장’
율포는 우리말로 ‘밤개’이다. 보성군 지명 유래에 따르면 “회천면과 웅치면을 경계하는 제암산의 여러 지류중 사직봉이 위치해 이곳의 지형이 ‘늙은 쥐가 밤을 주워 먹는’ 형국이고, 해안에 즐비한 암석을 밤에 비유해 밤율(栗), 개포(浦)자를 써서 율포라 했다”고 한다.
율포 솔밭해수욕장은 이름 그대로 솔숲이 바다와 나란하게 조성돼 있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었던 해송들이 어느새 울창한 숲을 이뤘다. 피서객들은 솔숲아래 텐트를 치고 바다와 솔숲의 정취를 즐긴다.
마침 찾아간 시간이 썰물때여서 백사장에서 바닷물은 멀찍이 빠져 있었다.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신발을 벗어들고 물빠진 백사장을 느릿느릿 걷는다. 바닷물은 천연갯벌로 인해 혼탁하지만 노화방지와 질병예방 효과가 높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한다.
해수욕장 동편에는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연인들의 포토 존이기도 하다. 해수욕장 곳곳에 키스하는 짱뚱어 등 이색적인 포토 존을 만들어 놓았다.
율포 해변에는 보성군 직영 ‘율포 해수녹차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바닷물과 차잎을 우려낸 녹차물을 활용하는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다. 3층에는 야외 노천탕과 아쿠아토닉 풀, 족욕탕이 마련돼 있다. 야외 노천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한편 보성은 임진왜란과 구한말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분연히 총칼을 든 의향(義鄕)이다. 보성군이 발굴한 의병수는 ▲임진·정유재란 282명 ▲정묘·병자호란 209명 ▲구한말·일제강점기 239명 등 777명에 달한다. 보성군 노동면 광곡리에 자리한 ‘보성의병 기념관’에서 임진왜란때 67세 나이에 전라좌도 의병을 최초로 일으킨 죽천 박광전(1526~1597) 선생을 비롯해 은봉 안방준(1573~1654), ‘안담살이’로 불린 안규홍(1879~1911), ‘호남창의소 도대장’ 성재 이백래(1862~1909) 등 보성출신 의병장들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보성=김용백 기자 kyb@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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