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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예향

[남도 오디세이 味路 - 강진 로컬브랜드] 묵은지·전통장 그 깊은 맛…삶과 세월이 녹아들었구나

by 광주일보 202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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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손맛 ‘강진 묵은지’
서울·부산 등 전국서 주문 잇따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한 ‘전통장’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맛 일품
백년한옥 운치 ‘느루갤리리앤카페’
차 한잔에 그림 감상 여유 즐겨

‘강진 묵은지’는 100% 국내산 양념과 젓갈을 사용해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난다.

◇탐진묵은지발효식품 ‘강진 묵은지’= 발효식품인 묵은지로 대도시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강진 ‘탐진묵은지발효식품’은 박양현 대표가 강진군 병영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친정엄마의 손맛’으로 정성들여 김치를 담그는 곳이다.

‘강진 묵은지’는 100% 국내산 양념과 젓갈을 사용해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나고 청각을 넣어 특유의 시원한 맛을 낸다. 토하젓과 황칠 등 집집마다 고유의 비법 원료가 담겨 깊은 풍미와 맛을 느낄 수 있다. 강진군은 이같은 전통 가정식 묵은지의 맥을 잇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강진묵은지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탐진묵은지발효식품’은 2020년부터 묵은지 사업을 시작했다. 매년 겨울에 김장김치를 담가 숙성시킨 다음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탐진묵은지발효식품 박양현 대표가 고추밭을 살피고 있다.

“겨울 배추가 가장 맛있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배추 뿐만 아니라 양파, 마늘, 고추까지 김장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직접 농사를 지어 사용합니다. 친정엄마에게 배운 김치 맛을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이 같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 정성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강진은 전국 최대 일조량으로 사철 온화한 날씨가 농사를 돕는다. 마늘과 앙파는 이미 수확을 마쳤고 6월초에는 한참 고추가 커가고 있는 시기였다. 가뭄이 심한 탓에 관수를 설치해 농작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7월 중순부터는 배추 씨를 발아해서 모종으로 키우는 작업에 들어가고 7월말께 배추 심는 작업이 시작된다. 배추를 심는 것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요즘처럼 가뭄이 심할 때는 병해충 피해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잎마름병이나 무름병 같은 뿌리가 썩어들어가는 병에 걸린다. 지난해도 3000포기의 배추를 심었다가 피해를 입어 겨우 2000포기를 건졌다. 4개월 정도 정성으로 키운 배추는 11월 말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배추는 수확하는 시기도 중요한데 어느정도 수확시기가 다가오면 배추를 쪼개서 속을 살펴본다.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을 때 수확에 들어간다.

강진천석꾼 영농조합법인 김선봉대표가 전통방식으로 담은 된장을 소개하고 있다.

‘탐진묵은지발효식품’은 매년 12월초 김장을 한다. 김장을 하는 날은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일년의 가장 큰 행사다. 전라도 김치의 맛은 젓갈이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재료중의 하나다. 젓갈 역시 박 대표가 직접 담는다. 멸치젓과 새우젓이 들어간다. 멸치젓을 많이 넣으면 색깔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새우젓을 좀 더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 청각과 미나리, 파, 갓, 채썬 무 등 기본적인 재료가 양념에 들어간다. 양파는 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많이 넣지 않고 대신 무를 갈아서 많이 넣는 편이다. 무에서도 물이 생기지만 시원한 맛을 내준다.

담근 김치는 두 곳으로 나눠 숙성과정을 거친다. 대형김치통에 넣어 겨울철에 실온에 두고 4~5개월 숙성시킨 다음 영하 1도로 유지되는 저온창고에 옮긴다. 또 일부는 김치를 담가서 바로 저온창고에 넣어 숙성을 시킨다. 선호하는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두가지 버전의 묵은지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묵은지는 서울, 부산, 울산, 제주 등 전국에서 택배 주문이 들어온다. 주로 5월초부터 주문이 몰린다. 집집마다 김장김치가 떨어질 시기와 맞물린다.

‘강진천석꾼’의 전통된장과 고추장, 간장, 참기름.

◇강진천석꾼 영농조합법인 ‘전통장’= ‘남도 답사 일번지’로 불리는 강진은 예로부터 부자가 많고 음식맛이 좋기로 전라도 제일이었다. 산과 들에서 얻은 싱싱한 재료만으로도 간장,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내면 맛있는 나물이 뚝딱 만들어졌다. 강진의 음식이 맛있는 건 장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가 깃든 강진 전통된장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병영면의 ‘강진천석꾼 영농조합법인’은 광산김씨 41대손인 김선학·선봉 형제와 음식전문가인 종부가 100년 고택에서 전통방식 그대로 장맛을 재현하는 곳이다. 천석꾼 고택은 ‘양재고택’이라고도 불린다. “집 입구에 큰 버드나무가 있어서 천석꾼이었던 선조 할아버지께서 버들 양자를 써서 집 호를 ‘양재(楊齋)’로 지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천석꾼집이라고 부릅니다.” 고택 지킴이이자 전통 장 만들기를 이어오고 있는 김선봉 대표의 설명이다. 천석꾼은 곡식 천석을 거두어들일 만큼 땅과 재산을 많이 가진 부자를 이르는 말이다.

양재고택은 오래된 은행나무와 함께 자리 한 170년 된 고택이다. 안채로 사용하던 한옥 앞마당에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는데 200여 개의 장독이 100년이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여기에는 100년 넘게 전해오는 씨간장과 종초(씨식초)도 보관돼 있다. 매년 장을 담을 때 씨간장을 원료로 첨가한다.

장맛을 결정하는 것은 메주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메주를 쑤고 처마에 걸어 말린 다음 2월이 되면 장을 담는다. 메주는 덩어리로 2000개가 만들어진다. 콩은 40㎏ 짜리 100가마 분량이다. 무농약 콩은 김 대표가 직접 재배하고 일반 관행농법은 작목반에서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전통 방식 그대로 가마솥에 콩을 삶아서 황토방에 놓고 장작불을 떼서 메주를 띄우고 자연 건조를 한다. 장을 담을 때는 소금물과 메주, 씨간장만 사용된다. 소금물은 5년 이상 염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한다. 장을 담은 후 40~50일이 지난후에 메주와 간장 가르기를 한다. 간장을 걸러낸 후 된장은 다시 버무려 장독에 담는다.

장독 관리는 특별한 건 없다. 일주일에 한번 뚜껑을 열어서 들여다보는 정도다. 낮 시간대보다는 새벽 5시 정도에 열어보는데 변화를 살피기 위함이다. 발효가 정상적으로 잘되는 장독과 그렇지 않은 장독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잘 안된다 싶은 장독은 속을 뒤집어줘야 한다.

장을 담그면 일반적으로 3개월에 한번씩 뒤집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닥에 수분과 볕을 받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하게 뒤집어주면서 발효시키는 것이다.

계절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로 온도의 변화가 있을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 특히 차가운 온도에서 따뜻한 온도가 바뀌는 시기에는 아침에 장독 물샤워도 시켜줘야 한다.

‘강진 천석꾼’은 전통된장과 전통고추장, 한식간장이 포함된 선물세트의 인기가 좋다. 메주는 별도로 판매하지 않지만 장을 구입해 가는 분들 중에 꼭 필요하다는 고객에게만 소량 판매한다. 현장판매는 하지 않고 인터넷 판매로만 주문을 받는다. 장류는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별도의 유통과정 없이 직접 판매만 하고 있다.

한옥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강진읍 ‘느루갤러리앤카페’ 전경. 카페 왼쪽으로 난 마당을 돌아가면 창고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백년한옥 운치 그윽 ‘느루갤러리앤카페’= 강진읍 목리의 ‘느루갤러리앤카페’는 백년 된 한옥 고택을 개조한 곳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잠시나마 쉼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마당 중앙에 카페가 자리하고 카페 옆길로 돌아 안으로 들어가면 옛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카페 입구와 갤러리 옆에는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민박도 준비돼 있다.

갤러리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돼 있던 창고를 리모델링 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 카페 대표이자 갤러리 관장, 또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양수균 작가의 아이디어다. 갤러리에서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전시가 진행된다.

카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그림 작품들이 가득하다. 곳곳에 소품들이 가득하지만 어수선하지 않고 정감있게 꾸며져 있다. 양수균 작가 외에 다수의 작품이 상시 전시되고 있어 차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할 있도록 배려했다.

느루카페 시그니처 음료인 서리태 듬뿍 라떼, 쑥 듬뿍 라떼, 수제 대추차와 귀리 스콘, 당근 케이크.

느루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수제 대추차와 쑥 듬뿍 라떼, 서리태 듬뿍 라떼다. 디저트로 맛볼 수 있는 당근 케이크와 귀리 스콘도 인기다. 모든 음료나 디저트는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대추차는 보은과 경산에서 난 대추만 사용한다. 잘 말린 대추를 찌고 손으로 일일이 밀면서 씨를 제거하고 살만 걸러낸다. 걸러낸 대추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여서 대추차를 만든다. 대추를 많이 넣고 끓여서 걸죽하다.

쑥 듬뿍 라떼는 국내산 쑥을 주재료로 하고 여기에 율무나 아몬드 등 견과류 가루를 섞어서 깊은 맛을 낸다. 쑥만 넣으면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견과류를 추가해서 고소한 맛을 더했다. 서리태 듬뿍 라떼는 강진이나 전남에서 재배하는 서리태 콩을 방앗간에서 빻은 다음 강진 특산물인 귀리와 율무를 섞어서 만든다.

/이보람·남철희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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