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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예향

[남도 오디세이 美路 - 강진 감성여행] 남도감성 충만한 강진, 체험의 맛 싱그럽다

by 광주일보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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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백운동 원림 거닐며 힐링…사의재에서 만나는 정약용의 숨결
바다 맛 보며 항구의 토요음악회 감상…임영웅 노래로 활기 띠는 마량
짚트랙으로 새처럼 나는 짜릿함 생명의 활기, 강진만 생태공원 가우도

추억의 영화 포스터를 볼 수 있는 옛 강진극장.

강진은 ‘남도답사 일번지’ ‘감성여행 일번지’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미항(美港) 마량항과 가우도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와 ‘F·U·S·O’ 체험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한여름, 강진으로 감성·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영랑과 다산의 발자취 따라가는 남도답사=“구비진 돌담을 도라서 도라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스르르 스르르 모라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가고 또간다.”

 

강진의 공기에는 서정이 흐른다. 강진 출신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의 시구 같은…. 1935년 초판본 ‘영랑시집’에 실린 당시 표기대로 음미해본다.

곧게 뻗은 국도를 따라 풀치터널을 통과해 강진 땅에 들어선 여행자들은 ‘월남사지 3층 석탑’(보물 298호)과 다원(茶園), 별서정원 ‘백운동 원림’(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15호), 천년고찰 무위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를 와 4년간 머무른 ‘사의재(四宜齋)’.

월출산 자락에 조성된 차밭은 짙은 초록의 향연(饗宴)을 펼치는 듯하다. 눈을 시원하게 하고, 마음마저 초록빛깔로 물들인다. 요즘 호남의 3대 원림으로 손꼽히는 ‘백운동 원림’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올봄 들어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로 여행자들의 숨통이 다소 트인 때문일 것이다.

여행자의 발길은 월출산 자락에서 강진읍내 영랑생가와 시문학파기념관, 사의재(四宜齋)로 이어진다. 강진에는 사의재와 벽화마을, 다산초당, 백련사, 백운동 원림 등 곳곳에 다산의 숨결이 배어있다. 이 가운데 강진읍내에 자리한 사의재는 1801년 음력 11월말, 강진으로 유배온 다산 정약용이 4년간 묵었던 공간이다.

 

역적 죄인의 누명을 쓴 선비를 아무도 반기지 않았는데 동문 밖 밥과 술을 파는 주막집 노파가 그를 불쌍히 여겨 기거할 방 한 칸을 내주었다. 주위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 달쯤 지난 때에 선비는 어린 두 아들에게 부친 편지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천지간에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서 있는지라 마음 붙여 살아갈 곳으로 글과 붓이 있을 뿐이다.”

선비는 주막집 방의 이름을 ‘사의재’라고 붙였다. 학자가 지녀야 할 ‘네 가지(맑은 생각·엄숙한 용모·과묵한 말씨·신중한 행동)를 마땅하게 해야 할 방’이라는 의미다. 1802년 봄이 돼서야 아전의 자제들이 글을 배우기 위해 선비를 찾아왔다. 그는 꼬박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글과 붓’으로 ‘목민심서’ 등 많은 책을 저술해 ‘다산학’을 정립했다.

주말에 사의재를 찾는다면 색다른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다. (재)강진군 문화관광재단이 오는 11월 13일까지 매주 토·일요일(매월 넷째 주 일요일, 다섯째 주 토·일요일 휴무)에 진행하는 ‘조선을 만난 시간’ 프로젝트이다. 출연 배우들은 프로젝트 아카데미를 통해 양성된 강진 주민들이다.

또한 강진 읍내에는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청춘 극장통길’이 조성돼 있다. ‘강진읍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따라 읍내 보은로 3길에 꾸며진 테마거리로, 강진의 1960~70년대 ‘그때 그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옛 강진극장과 모란다방을 비롯해 특산물 판매장 ‘삼백예순날’, ‘강진책빵’ 등 이색적인 공간들이 젊은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말에는 극장통 골목 곳곳에서 ‘강진품애 프리마켓’(오전 11~오후 4시)도 열린다. 행운을 불러온다는 파랑새 조형물을 거리에서 찾아보길….

2021년 6월에 신설된 150m 길이의 출렁다리.

◇바다와 출렁다리, 짚 트랙 만끽하는 가우도=강진만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는 강진의 핫플레이스이다. 풍수학 개념으로 살펴볼 때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 가우도가 소(牛)의 멍에(駕)에 해당된다고 해서 가우도라 붙여졌다고 전해온다.

섬은 대구면 저두방향 ‘청자다리’(길이 438m)와 도암면 망호방향 ‘다산다리’(716m) 등 2개의 해상 보도교로 뭍과 연결돼 있다. 섬내에는 폭 1.8m, 150m 길이의 출렁다리가 지난해 6월에 신설됐다. 주탑이 없는 현수교 방식이다. 출렁출렁 리듬감을 타고 걸어가면 바닥 투명유리창을 통해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섬 중앙에 높이 25m의 청자타워가 우뚝 서있다. 가우나루 쉼터에서 타워까지 모노레일이 왕복 운행된다. 왕복 10분이 소요된다.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방향으로 973m 길이의 짚트랙이 놓여있다. 새처럼 바다를 가로질러 1분 남짓 활강하며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가우도는 작은 섬이지만 섬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총길이 2.5㎞)을 걸으며 힐링할 수 있다. 바다와 산, 숲을 감상하며 걷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이다. 가우도는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쉼’을 찾는 기성세대나 스릴 넘치는 레저를 즐기고자 하는 MZ세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매력을 품고 있다.

◇임영웅 노래로 활기 띠는 미항(美港) 마량=마량항은 영어 알파벳 A자 형상을 한 오른편 강진 땅 최남단에 자리한다. 마량은 고려시대에 청자를 개성까지 실어 나르던 뱃길의 시작점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제주마들이 육지에 첫 발을 디딘 관문이었다. 옛 지명이 마양(馬梁)이었던 신마(新馬)마을 등 말과 관련된 마을이름이 현재도 남아있다.

“너와 내가 만나서 사랑을 맹세한 마량의 까막섬/ 그날의 맹세 그날의 약속 가슴에 새겨 있는데/ 오고가는 연락선에 고동소리 구슬픈데/ 보고 싶어라 그리운 님아 마량에 가고 싶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지난 2021년 8월 TV 조선 ‘사랑의 콜센터’에 출연해 ‘마량에 가고 싶다’를 불렀다. 결과는 100점. 임영웅은 신인가수 시절, ‘마량에 가고 싶다’ 원곡자이자 노래강사인 가수 김현진 노래교실을 찾아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리는 ‘마량 토요 음악회’

임영웅이 부른 노래 한곡은 마량항을 널리 알리는데 한몫을 했다. 시청자들에게 마량이 어떤 곳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방송 이후 마량을 찾는 여행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코로나 19’로 침체됐던 마량항도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3년간 중지했던 ‘마량 미항 토요음악회’도 지난 5월 개막했다.

또한 마량 놀토시장은 ‘외국산, 비브리오, 바가지 요금’이 없는 3무(無)와 ‘최고 신선, 최고 품질, 최고 저렴한 수산물’을 판매하는 3최(最)를 목표로 잡고 있다.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미항(美港)이라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더욱이 맛깔난 바다음식과 놀토시장, 토요 음악회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강진 관내 유명 관광지를 하루 만에 모두 돌아볼 수는 없다. 스쳐가는 수박 겉핥기식 여행보다는 마음에 와닿는 한 장소를 꼼꼼히 살피거나 아니면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석구석 여행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강진=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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