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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예술이 좋다 여행이 좋다 수지 호지 지음, 최지원 옮김

by 광주일보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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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탄생시킨 25곳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모로코 탕헤르라는 도시가 있다. 아프리카 최북단에 자리한 이곳은 지중해와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브롤터 해협도 멀지 않는 곳에 있는데 이러한 지리적 특징은 다양한 문화의 교류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여러 언어 프랑스어, 아랍어, 영어가 혼용돼 쓰인다.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아프리카로 진입하는 초입으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20세기 아방가르드 야수파의 창시자인 앙리 마티스는 이곳을 찾아 예술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기도 했다. 그는 이곳의 “밝고 풍부한 빛, 선명한 색채, 다채로운 햇살과 독특하고 이국적인 건축물에 깊이 매료되었다.”

마티스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아프리카 최북단 도시 탕헤르. <올댓북스 제공>
마티스는 탕헤르를 일컬어 ‘화가의 낙원’이라 불렀다. 그는 “풍부한 안료와 생동감 있는 붓놀림, 대조적인 패턴”으로 탕헤르 풍경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 도시의 풍경은 마티스가 이전에 보았던 여느 도시와 달리 화려했다.

예술가와 일반인의 가장 큰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들이 대충 보고 지나치는 것을 예술가는 꿰뚫어” 보는 것일 터다.

명작에 영감을 불어넣은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저 그런 여행과는 다른 풍요와 설렘을 선사한다. ‘예술이 좋다 여행이 좋다’는 걸작이 탄생한 곳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주제로 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왕립미술협회 특별회원이자 미술사학자인 수지 호지로 그는 지금까지 예술, 역사에 관한 책 150권을 펴냈다. ‘현대 미술 100점의 숨겨진 이야기’, ‘디테일로 보는 서양 미술’ 등은 그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걸작에 영감을 불어넣은 인상적인 장소 25군데를 엄선했다. 책에는 호쿠사이의 판화속 후지산을 비롯해 수련이 만발한 지베르니의 모네의 연못, 조지아 오키프의 뉴멕시코 사막, 프리다 칼로의 ‘파란 집’ 정원 등이 나온다. 또한 존 컨스터블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산업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질까 두려워 화폭에 담았던 영국의 데덤도 나온다.

“실제로 가봤든 그렇지 않든, 이 모든 장소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 오늘날 우리는 모네의 그림 덕분에 루앙 대성당과 생라자르 기차역을 금세 알아보며 빈센트 반 고흐 덕분에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밀밭과 교회를 처음 보고도 과거에 와 본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베네치아는 클로드 모네, 존 싱어 사전트, 카날레토 등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미지화한 도시다. 고갱의 그림 속 타히티는 상상력 산물이 많지만 “색채와 형태, 풍광은 오늘날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타히티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형상화한 수영장의 배경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빛이나 색상, 분위기를 토대로 캘리포니아의 모습을 환기한다.

어린 시절에 봤던 풍경은 예술가의 인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달리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카다케스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세월이 흘러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감탄했다. 그 마을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시적이며 예술적이다.

“수려한 해안과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펼쳐져 있고, 사방에 부겐빌레아 꽃이 만발하며, 흰 벽에 푸른 대문과 창문이 달린 산뜻한 집들이 사파이어 빛깔의 바다를 배경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곳이다.”

대체로 예술가들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그림으로 그린 반면 어떤 이들은 극적이며 위험한 장소를 소재로 택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터너의 ‘성 고트하르트 고개 악마의 다리에서 본 쇨레넨 협곡’(1802년),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뤼겐섬의 백악암’(1818년)이 그러한 예다.

예술가들의 사고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당시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한편으로 오늘날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세계는 넓고, 예술 작품에 영감을 준 장소 또한 많다는 사실과도 조우하게 된다. 책에 담긴 에이미 그라임스의 일러스트이트 작품을 보는 즐거움은 보너스다.

<올댓북스·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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