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이다. 40년 전인 1980년 5월,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시민들의 ‘항쟁’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봄볕이 따가운 이맘때면 광주항쟁의 흔적을 찾아 광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다. 5월 광주는 시민들이 끝까지 맞섰던 저항의 현장, 신군부가 주체가 된 학살 현장 등이 곳곳에 남아있다.
5월 광주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오월길’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월길은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만들어졌다. 이후 26개 사적지를 연결, 5개 테마에 따라 18개 코스를 꾸몄다.
5개 테마는 5·18민주화운동의 열망이 담긴 사적지를 찾아가는 ‘오월인권길’, 오월광장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시민들의 발자취를 발견하는 ‘오월민중길’, 오월정신의 역사와 교감하는 ‘오월의향길’, 광주의 오월 문화·예술을 만나는 ‘오월예술길’, 오월정신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만나는 ‘오월남도길’ 등이다.
오월인권길의 경우 횃불·희생·광장·열정·영혼 등 5개 코스로 나뉜다. ‘횃불코스’는 5월 항쟁의 불씨가 된 주요 사적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 오월길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횃불코스는 5·18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인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시작해 광주역~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옛 터~녹두서점~광주YWCA~광주YMCA~상무관~5·18 민주광장까지 6.7㎞에 걸쳐 이어진다. 걸어서 1시간 50분이면 넉넉히 둘러볼 수 있다.
전남대학교는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로 계엄군은 지난 1980년 5월 17일 자정께 전남대에 들이닥쳐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구타하고 불법 구금한 바 있다.
학생들은 18일 오전 교문 앞에 모인 뒤 학교 출입을 막는 계엄군에게 항의하다 충돌했고 광주역과 금남로로 진출했다. 학생들이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외치며 금남로까지 행진한 코스가 횃불 코스다.
계엄군이 비무장한 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가한 ‘광주역 광장’, 계엄군에 의해 피로 얼룩진 ‘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옛터’가 포함됐고 최초 발포지로 알려진 동구 계림동 일대도 지난다. 시민들은 당시 계엄군의 과잉진압에 극도로 격분, 투쟁이 더 거세지는 계기가 됐다.
광주MBC 옛터를 지나면 항쟁 초반 윤상원, 박효선 열사 등이 모여 유인물을 제작하고 배포했던 ‘녹두서점 옛터’가 나온다. 녹두서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다양한 모임과 집회 물품제작이 이뤄지던 곳이다.
5월 27일 계엄군에 맞서던 시민군 3명이 사망했던 ‘광주 YWCA옛터’를 지나면 1980년 5월 투쟁의 중심이었던 ‘금남로’가 눈 앞에 들어온다. 계엄군의 집단 발포 전까지 30여 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군사독재 저지와 민주화를 외쳤던 공간이다.
항쟁지도부 회의와 시민군을 대상으로한 총기훈련이 열리던 ‘광주YMCA’, 계엄군에 의해 숨진 시민들의 주검이 모셔졌던 ‘상무관’도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둘러볼 수 있다.
5·18민주광장은 학생과 시민들이 민족·민주화대성회를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곳이다. 이 곳 분수대는 5·18 사적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사적지다.
5·18민주광장에서는 매일 오후 5시 18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을 수 있다.
‘오월민중길’은 시민군·들불·윤상원·오월여성·민주기사·주먹밥 코스 등 6개로 나뉘는데 5월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영웅들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길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공동체 정신을 대표하는 주먹밥을 나눈 대인시장~남광주시장~광주공원 광장~양동시장으로 이어지는 6.6㎞ 코스다. 지역 대표 전통시장을 아우르는 코스라 향토색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월의향길은 의병항쟁·학생독립운동·4·19혁명 코스 등 역사 스토리 코스로 꾸며졌다. 학생독립운동 코스는 옛 나주역~광주교~부동교~옛 광주고등보통학교로 이어진 10.6㎞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다.
오월예술길은 비엔날레·무등풍경 코스 등 2개로 비엔날레 코스는 비엔날레관~일신방직 옛 터~예술의 거리~국립 아시아문화전당까지 7.7㎞ 코스다. 광주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시작으로 아시아 문화 교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아시아문화전당을 체험할 수 있다.
오월남도길(서부, 남부 코스)도 고립됐던 광주의 참상을 전하러 갔던 발자취를 엮은 코스로, 계엄군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광주시민들의 흔적을 살펴 볼 수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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