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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17

[서효인의 소설처럼] 옛이야기의 아름다움-백희나 ‘연이와 버들 도령’ 아내는 어릴 때 ‘연이와 버들 도령’ 이야기가 슬퍼서 싫었다고 말했다. 딸아이는 ‘연이와 버들 도령’ 속 장면들이 조금 무서웠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몰라서 두리번거리는데, 거실에 백희나 작가의 신작 그림책 ‘연이와 버들도령’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은 것이다. 나는 주문한 책이 무엇인지, 그것이 배송됐는지 어쨌는지도 몰랐던 것이고. 옛이야기로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책 표지를 봐도 생각이 나지 않아 결국 책장을 펼쳤다. 아이가 곁에 왔고, 나는 첫 번째 독서를, 아이는 두 번째 독서를 이제 막 시작했다. 몇 번이나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거우니까. 백희나 작가의 진가를 많은 사람이 알아보게.. 2022. 2. 26.
[서효인의 소설처럼]북해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찾다 -우다영 장편소설 ‘북해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저잣거리의 마당놀이까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여러 사람을 홀려왔다. 많은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의 홀림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최초의 이야기는 아마 말 그대로 이야기였을 것이다. 입에서 귀로, 귀에서 생각으로, 그 생각이 다시 입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우리는 구전(口傳)이라고 부른다. 문자를 쓰기 시작하고 인쇄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야기는 이제 글로 남겨진다. 그러나 문자는 상당 시간 종교적·사회적인 쓸모로 복무하였다. 그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글자가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근대 문화의 소산으로서, 소위 부르주아나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였다. 소설의 시대 이후 얼마 있지 .. 2022. 1. 1.
[서효인의 소설처럼] 작고 단호한 연대-이유리 ‘왜가리 클럽’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양미네 반찬’은 지난달 10일에 망했다.” 우리가 아무리 ‘죽겠다’와 ‘망했다’를 입에 달고 사는 부정의 민족이라 하더라도 실제 사업이 망하는 것은 말버릇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일 것이다. 주인공의 사업은 안타깝게도 지난달 10일 해당 관할 구청에 폐업신고를 했다. 처음부터 망할 기미나 징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개업 초기에는 장사도 꽤 잘되었다. 입지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반찬도 열심히 만들었다. 이런저런 마케팅에도 힘썼다. 그러나 개업한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 매출은 하향 곡선을 그렸고, 점점 줄어들던 수입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내리막길이었다. 몇 달을 모아둔 돈을 까먹으며 버텼지만 더 이상은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무리였다. 그렇게 양미네 반찬은 망해.. 2021. 10. 10.
[서효인의 소설처럼]펭귄은 펭귄으로, 곰은 곰으로-루리의 소설 ‘긴긴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는 꽤 많은 곰이 살고 있다. 대부분 반달가슴곰으로 1981년 재수출 및 약재 사용 등의 목적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된 곰의 개체가 400마리 가깝게 남아 있는 것이다. 한때 곰 쓸개가 몸에 좋다고 하여 찾는 이가 많았다. 웅담을 만드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다. 곰이 느끼는 고통 또한 그러할 것이다. 다행히 웅담을 대체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그간 발전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 남은 곰들은 사육 농가에서 남은 생이 다하길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정책적으로 중성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불법 증식되는 경우도 허다하여 우리를 탈출한 어린 곰에 대한 소식도 종종 듣게 된다. 최근 경기.. 202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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