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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셰프5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옛날 국수 공장을 가다 예전에 어느 오래된 국수 공장을 간 적이 있었다. 치렁치렁한 국숫발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광경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주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누가 요새 이런 국수 사 먹나요. 마트에 가면 싼 국수가 널렸는데.” 낡은 기계였다. 어린 시절에는 국수 가게가 동네마다 여럿 있었다. 아마도 경쟁도 했을 것이다. 어느 국수 가게가 더 맛있는지, 더 싼지 놓고. 이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가게다. 주인이 낡은 철물로 된 기계를 돌려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기계에 걸었다. 해소 기침하듯, 기계는 쿨럭이며 돌아갔다. “기계 부속을 구할 수 없어서 직접 깎아 만들거나 한다우. 이제 다 된 기계지.” 공장은 불량이 없어야 하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생산성 면에서 이런 가게는 할 말이 없다... 2022. 3. 13.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코로나와의 전쟁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이다. 완전히 지는 싸움은 아닌가 보다.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옛날,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변변한 약도 없이 인류는 전쟁을 치렀다. 지는 전쟁 같았다.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그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인류는 다시 일어섰다.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당시 우리나라도 곤욕을 치렀다. 인구 1800만 명의 20퍼센트 가까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는 무려 300만 명이었다. 당시 통계로만 봐도 그러하니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이다. 의료 시스템도, 약도 없던 시절이었다. 어쨌든 스페인독감은 물러났다. 그러나 인류는 교만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처럼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 질환이 퍼져 나갈 때 고통을 겪으면서도 대비를 잘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전문가들은 수.. 2021. 1. 19.
[박찬일의 ‘밥먹고 합시다’] 피굴과 묵은지 굴이 이제 맛이 들었다. 굴은 남해 기준으로 보통 10월 중순에 판매가 시작되지만, 날이 추워져야 맛이 오른다. 12월 초순만 해도 수온이 보통 10도 안팎에 불과하기에, 품질이 올라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바닷물 수온은 육상 기온보다 늦게 떨어지므로, 맹추위가 와야 진짜 굴 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올해 굴은 대체로 상황이 좋지 않다. 비가 많이 오면 염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수온도 늦게 떨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노로 바이러스 뉴스가 나오면서 굴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 굴은 해안을 낀 곳이라면 거의 전국에서 나오지만, 서해안은 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조수간만 차가 커서 굴이 자잘하다. 그 덕에 독특한 맛을 내기도 하지만, 남해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든다. 기계화도 어렵다. 투석.. 2020. 12. 19.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밥집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줄까 개인적으로 성별·나이 불문하고 여러 목적의 친구 집단에 속해 있다.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술친구다. 같이 술 마실 상대를 유지하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하게 여겨진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많아지고, 그래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꺾어진다고들 흔히 표현하는데 옛날에는 서른다섯이면 그런 말을 했다. 요즘은 오십 세는 되어야 한다. 오십이 넘으면 그러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다.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런 상황이니 술친구와 어디 가서 무얼 먹느냐도 그만큼 소중하다. 돈은 없지, 입맛은 오랜 경험(?)으로 높아졌지, 아무 데나 갈 수는 없다. 흥미로운 건 까다로움이 대체로 가격과 반비례하더라는 것이다. 호텔 밥은 그래서 제일 맛이 없게 여겨진다. 딱 원가와 서비스와 심지어 토지 비용..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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