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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예향61

나의 애송시-석민재의 ‘빅풋’ (2019.10-예향) 빅풋 석 민 재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 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아기처럼 엄마처럼 절벽 끝에서 놀고 있다 석민재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파란刊, 2019. 가족이란 울타리는 어떤 무서운 공격도 막아주는 튼튼한 방공호이다. 가족을 더 넓은 단위로 확장하면 사회와 국가로 확장되고 가정의 그것처럼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진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세월호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빅풋」은 거인의 발이다. 거인은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2020. 1. 30.
나의 애송시-허형만의 ‘녹을 닦으며’ (2019.9-예향) 녹을 닦으며 허 형 만 새로이 이사를 와서 형편없이 더럽게 슬어있는 흑갈색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지나온 생애에는 얼마나 지독한 녹이 슬어 있을지 부끄럽고 죄스러운 손이 아린 줄 몰랐다. 나는,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깊고 어두운 생명 저편을 보았다. 비늘처럼 총총히 돋혀있는 회한의 슬픈 역사 그것은 바다위에서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빗방울 그리 살아온 마흔세 해 수많은 불면의 촉수가 노을 앞에서 바람 앞에서 철없이 울먹였던 뽀오얀 사랑까지 바로 내 영혼 깊숙이 칙칙하게 녹이 되어 슬어 있음을 보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온몸으로 온몸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허형만 『供草』, 문학세계사, 1988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된 허형만 시인의 시 「녹을 닦으며」이다. 이 시는 새로이 이사를 간 집의 철제 대문의 .. 2020. 1. 30.
소리꾼 장사익 (2019.12-예향) 우리 감성으로 무르익은 소리꾼 장사익 “노래에 인생이 스며들어야 울림이 돼요” 소리꾼 장사익(70)은 우리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이다. ‘찔레꽃’과 ‘자화상’, ‘봄날은 간다’ 등 그의 노래에는 인생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겨있다. 대중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는다. 그는 북한산 끝자락인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에서 20여년째 살고 있다. 최근 낡은 자택을 크게 수리하느라 집에서 가까운 오피스텔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 창가에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수채화를 그리듯 노랗고, 붉게 물드는 풍광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그는 ‘노래’보다 ‘인생’을 먼저 배웠다. 45살에 16번째 찾은 자신의 길에서 비로소 꽃을 피웠다. 오랜 시간 담금질을 거친.. 2020. 1. 29.
[예향 초대석] 함인선 광주광역시 초대 총괄 건축가 ‘아파트 숲’으로 변해가는 광주의 도시경관과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광주다운’ 도시를 구상하는 함인선 광주광역시 초대 총괄 건축가의 눈길은 광주의 미래로 향한다. 상무소각장에 들어서는 ‘광주 대표도서관’ 국제 설계공모로 분주한 그를 만나 도시철학과 건축인생에 대해 들었다. “광주 대표도서관, 보석같은 ‘도시적 장치’ 만들어야죠” ◇ 광주대표도서관 국제설계 817개팀 등록 =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광주가 계획한 이정표적인 과업이다. ‘개발’에서 ‘재생’으로, ‘장치’에서 ‘지식’으로, ‘효율과 행정우선’에서 ‘문화와 참여우선’으로 등 광주가 추구하는 여러 미래지향적 가치적 담긴 프로젝트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서구 치평동 ‘개발시대 건설된 인프라인 쓰레기 소각장 터..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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