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주거·취업·교육·의료 지원 등 각계 ‘온정의 손길’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이 고려인 동포가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나 광주시 광산구 고려인마을에 정착한지 100일째가 되는 날이다.
연대와 나눔의 도시 광주에서 100일 동안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고려인 동포를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최비탈리(64)씨 손자 최마르크(13)군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로 입국한 이후 총 430여 명의 고려인동포 피란민들의 항공권을 지원했다.
최군은 당시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인근 몰도바에 머물다 6일만에 가족들에 의해 광주로 안전하게 귀국했다.
이후 남아니타(10)양을 비롯해 고려인마을에서 안식처를 찾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귀국 요청이 쇄도했다.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고려인 동포는 지난 30여 년 동안 무국적자로 피눈물나는 삶을 살아오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3000여 명이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인접국으로 피신했다는 것이 고려인마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고려인 동포들은 신분증과 여권도 없이 몰도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독일로 향했다. 심지어는 크림반도를 거쳐 모스크바로 피신한 경우까지도 있었다.
이들은 인접국 난민센터에 머물며 하루 속히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전쟁은 장기화됐고 폭격으로 이미 사라져버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대다수는 갑자기 탈출하느라 옷가지만 챙겨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에 응답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이들이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경유지를 거쳐야 하는 탓에 1인당 2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했다.
항공비를 마련하지 못해 눈물을 삼키는 고려인마을과 연고를 가진 동포들의 애타는 심정을 알기에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 돕기 모금운동이 진행됐다.
광주·전남 지역사회 곳곳에서 성금과 후원품의 손길도 이어졌다.
지난 13일 기준 고려인마을 피란민의 여비와 정착비로 써달라며 시민, 기업, 단체 등이 보낸 후원금은 4억 4000여 만원에 달했다.
이 후원금으로 지금까지 총 430여 명에게 항공권과 생활자금을 지원했다. 10명 이상의 집단입국도 21차례에 달했다. 귀국자 중 320여 명이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하고 100여 명은 전국으로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
비자가 없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했다. 대다수가 동포방문비자(C-3-8)로 들어와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재외동포비자(F4)로 변경해 생활하고 있다.
피란민 대부분이 노인과 여성, 어린이들로 정착을 위한 임대료와 이불 및 침구류, 주방용품 등 긴급구호품 지원뿐 아니라 의료보험이 없다는 점에서 의료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와 고려인마을 대안학교인 새날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역사·문화 탐방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하고 있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머무는 피란민 가운데 광주 고려인마을에 도착하기를 희망하는 동포는 지금도 500명을 넘는다”며 “마지막 한명의 피란민까지 보듬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더 모아달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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