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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토요일의 반가운 손님’ 미용사 박영애씨 “기다리는 아이들 있어 봉사활동 그만 못 두죠”

by 광주일보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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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매월 광주 임곡동 용진원 방문
12명의 봉사단 현재 2명만 남아
하루 20~30명 머리 손질 힘들지만
취업하고 가정 꾸린 모습에 ‘뿌듯’
캄보디아 그림 봉사·개인전 열기도

미용 봉사 중인 박영애씨. <박영애씨 제공>

아동보육시설인 광주시 광산구 임곡동의 용진원에는 매달 셋째주 토요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발 벗고 나서서 반기는 주인공은 미용사 박영애(여·55)씨. 박영애씨는 20년 넘게 용진원 아이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다.

“지난 2001년 2월부터 미용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미용연수에서 만난 동료 미용사들과 육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해보자며 시작했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웃음)”

미용 봉사단은 12명으로 시작했지만, 회원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박씨 혼자 남게됐다. 홀로 20~30명 되는 아이들 머리를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봉사를 그만 둘 법도 하지만, 박씨는 지금까지 미용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10년 전부터 동료 미용사 권애순씨가 함께 해주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일이 생겨 한 주라도 늦게 가면 아이들이 ‘선생님 왜 늦게오셨어요?’라고 얘기해요. 절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 20년 넘게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달 정도 지나면 머리가 덥수룩해진다. 부모가 부재중이거나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인데 머리까지 단정치 않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박 씨가 단 일주일이라도 봉사 날짜를 늦출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벌거숭이로 의자에 앉아 박씨에게 머리를 맡겼던 아이들은 어느새 성인이 됐고,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박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해 꾸준히 안부를 묻고 연락을 해오는 이들도 많다. 최근에는 딸을 출산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보니 대학교에 진학했다거나 취업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는 소식이 더욱 반갑고 대견스럽다.

박씨는 아이들을 만나러 갈 때 간식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봉사일에는 꼭 계란을 삶아간다. “혹여 뜨거워서 아이들이 먹기 어려울까봐 새벽 일찍 일어나 계란을 삶는다”는 그는 잘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며 웃었다.

한편으로 박 씨는 봉사활도 외에도 취미인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몇 해 전에 캄보디아로 그림 봉사활동을 다녀 오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틈틈이 쌓아온 그림 실력을 살려 현지 아이들 옷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었다. 3년 전에는 그동안 직접 그린 유화 작품 50여 점을 전시해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는 힘이 닿는 한 봉사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제 성격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지나치지 못해요. 남들 눈에는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 둘 수가 없죠. 육아원 아이들을 매달 만나는 게 오히려 제게는 행복입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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