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운암제서 외래종 ‘커먼 스내핑 터틀’ 포획
천적 없고 포유류까지 먹어치워…사람 공격 가능성도
광주 도심에 있는 한 호수에서 민물 최대 포식자로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늑대거북’이 포획됐다.
최재혁 전남대 생물학과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광주시 북구 운암제에서 늑대거북 1마리를 통발로 포획했다고 12일 밝혔다. 최 연구원은 생태계 교란 거북 포획 방법을 연구하다 통발에 늑대거북이 잡힌 것을 발견했다. 광주 야생에서 늑대거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획된 늑대거북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외래종 ‘커먼 스내핑 터틀’(common snapping turtle)로, 나이는 10살 이상이며 등갑 길이는 26.4㎝, 무게는 3.264㎏이다. 이 거북은 애완용으로 기르다 방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운암제 내 포획되지 않은 늑대거북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늑대거북은 민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꼽힌다. 잡식성으로 어류·양서류·파충류·절지동물뿐 아니라 물 밖에 있는 소형 포유류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더구나 악어 등 대형 맹수가 없는 국내에서는 천적조차 없어 생태계 먹이사슬을 해칠 위험이 크다.
또 늑대거북은 먹잇감을 직접 사냥하는 습성을 가진데다 성격도 사나워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발톱이 길고 날카로우며, 턱 힘이 강력해 사람을 물어 중상을 입힐 수 있다.
늑대거북은 북미에선 사이테스(CITES·국제멸종위기종) 3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며, 북미 외 국가에서는 규제없이 거래할 수 있다. 국내 펫샵에서는 연령에 따라 마리당 4만~50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늑대거북은 어릴 땐 등갑 길이가 3~5㎝에 불과하지만 성체가 되면 40~50㎝까지 자라 키우기 힘들어진다. 또 사료값, 냄새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늑대거북의 사촌뻘인 악어거북이 광주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악어거북은 늑대거북보다 몸집이 2배가량 크며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돼 국내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된 종이다.
최 연구원은 “늑대거북은 2014년 국립생태원이 전국조사를 벌인 이후 지금까지 10여차례 발견됐으며, 지난해부터는 4건이 추가 발견될 정도로 자주 목격된다”며 “우리나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외래종을 함부로 방사하지 않아야 하고 거북 등을 입양하기 전에는 사육 환경과 여력을 충분히 확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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