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축산물 생산비 조사’ 사료비·사육비 역대 최고
농협 배합사료 2020년부터 4차례 걸쳐 ㎏당 146원 인상
거세우 마리당 93만원 더 부담…하반기도 인상 예고
공급과잉 조짐에 당국, 6월까지 암소 2만마리 감축사업
대를 이어 한우 3200마리 규모 영암 정수농장을 운영하는 김형민 대표는 지난 16년 동안 소를 키울 동안 지금처럼 사룟값이 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료 가격이 2년여 동안 4차례 오르면서 한 마리당 100만원 가량 사육비가 더 들게 됐고 다음 달에도 인상 소식이 들리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25일 농협 전남지역본부와 광주축산농협에 따르면 한우·젖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 2020년 들어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당 146원 올랐다.
㎏당 사료 가격은 지난 2020년 5월 20원 오른 뒤 지난해 3월 42원, 같은 해 8월 41원, 올해 3월 43원 등이 인상됐다. 농협 아닌 시중 사룟값도 올해만 1월, 3월, 5월에 걸쳐 세 차례 인상됐다.
이같은 사룟값 인상은 지난 2020년부터 지속한 홍수·폭염·가뭄 등 이상기후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수출 봉쇄 등에서 비롯됐다.
축우 사료 원료의 80~85% 비중은 수입산이 차지한다. 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출이 마비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최고점을 찍었다. 사룟값은 이르면 다음 달 또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합사료뿐만 아니라 건초나 짚과 같은 조사료 가격도 함께 뛰었다.
가축 사료로 널리 쓰이는 티머시 건초 ㎏당 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850원으로, 전년 중순(700원)보다 21.4%(150원) 올랐다.
같은 기간 다른 종류 조사료의 ㎏당 가격도 연맥(燕麥) 100원(520원→620원), 알팔파 140원(620원→760원), 톨페스큐 110원(430원→540원) 등 한꺼번에 올랐다.
사룟값 인상 영향으로 최근 1년 동안 축산 농가가 한우 한 마리당 부담하는 사료비는 90만원 넘게 증가했다.
30개월령 한우 거세비육우(고기소) 한 마리를 키울 때 배합사료 5500㎏와 조사료 1800㎏을 먹인다고 가정하면, 1년 전에 비해 배합사료 비용은 69만3000원, 조사료는 23만4000원 올랐다.
둘을 합하면 지난해 초보다 마리당 92만7000원어치 사룟값이 더 드는 셈이다.
한우 번식용 소도 임신을 하는 280일 동안 하루 평균 배합사료 3.1㎏과 조사료 2.8㎏을 먹으며 2020년 초에 비해 총 21만원이 넘는 사룟값 부담을 키웠다.
사료비 인상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경영 부담은 통계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 마리당 평균 사육비는 992만원으로, 전년(933만원)보다 6.4%(59만원) 증가했다. 이는 통계를 낸 200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육비의 35.1%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348만원)가 전년보다 6.5%(21만원)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료비 역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우 번식우 마리당 평균 사료비와 사육비도 각각 7.2%, 4.5% 증가한 133만원, 27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축산 농가의 사료비용 부담이 역대 최고로 늘었지만 올 들어 한우 사육마릿수는 전년보다 5% 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3월1일) 기준 전남 한·육우 사육마릿수는 59만8000마리로, 전년 같은 분기(57만1000마리)에 비해 4.8%(2만7000마리)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전국 사육마릿수도 337만3000마리에서 올 들어 351만마리로, 4.1%(13만7000마리) 늘었다.
전남 한·육우 사육 규모는 전국(351만마리)의 17.0% 비중을 차지하며 경남(76만9000마리·21.9%)에 이어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지난달 한우 ㎏당 평균 경락가는 1만9302원으로, 전년 같은 달(2만926원)보다 7.8%(-1624원) 떨어졌다. 거세우 ㎏당 평균 경락가도 2만2882원에서 2만1554원으로, 5.8%(-1328원) 내렸다.
가축시장에서는 6~7개월령 송아지 마리당 평균 가격이 지난달 343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달(414만6000원)보다 17.2%(-71만2000원) 하락했다.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농협 나주공판장에서 거래된 한우 거세우 ㎏당 평균 경락가는 1만9137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만1916원)보다 12.7%(-2779원) 하락했다.
더구나 올해 1~4월 쇠고기 수입량은 14만9858t으로, 전년보다 6.9%(9681t) 증가했다.
연말까지 전국 한우 사육마릿수는 전년보다 5.7%(19만2000마리) 증가한 356만마리가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농정 당국은 한우 암소 감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농협경제지주, 지역축협은 지난해 9월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저능력 경산우 비육 지원사업’ 신청을 받는다.
사업 신청 농가가 40개월령 이하 경산우(새끼 낳은 소)를 6∼12개월 비육해 출하·도축하면 마리당 18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애초 해당 사업의 신청 기간은 지난해 11월까지였지만 신청 마릿수가 목표(2만마리)에 턱없이 못 미쳐 두 차례에 걸쳐 연장됐다.
전남지역 감축 목표는 4000마리가 배정됐으며, 이달 현재 70%가량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되면서 가정과 식당에서의 고기 소비는 느는 추세다.
광주 이마트 3개 점포의 올해 1월1일부터 5월22일까지 한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매출은 4.4%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한우는 5.3%, 돼지고기는 1.5% 매출이 늘었다.
이들 점포에서는 이달 현재 한우 1+ 등급 안심 100g을 1만8380원, 삼겹살 100g은 308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가격과 같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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