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50만마리’ 광주·전남, 장례시설은 2곳 불과
주민들 혐오시설 반대…공·사립 동물장묘시설 설립 난항
광주시 동구에 사는 정모씨는 최근 7년을 키우던 노랑색 줄무늬 코리안 쇼트헤어(한국의 토착 고양이)인 고양이 ‘도담’이를 떠나 보냈다. 정씨는 7년 동안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던 고양이의 장례를 치루고 싶었지만, 당장 광주에서 화장을 할 수 있는 장묘시설이 없어 애를 태웠다. 이리 저리 알아보던 차에 전북의 한 지역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연락을 했지만, 예약이 꽉차 있어 밤 9시에야 겨우 예약을 하고 장례를 치룰 수 있었다.
최근 광주에서도 ‘반려동물 장례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반려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광주 지역에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시설이 단 한 곳도 없어 함평, 여수, 전북 임실 등으로 ‘원정 장례’를 떠나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광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37만명, 반려동물 개·고양이는 49만 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반려인구에 비해 장례시설은 턱없이 모자란 상태다. 전국 반려동물 장례시설 65개소 중 광주·전남 지역에는 단 3개소만 등록돼 있다.
광주 광산구에도 민간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있었으나, 2년여 전부터 기약없는 휴업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 업체는 화장·건조장 등 시설이 없고 장례식 서비스만 제공했으며, 수익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광주 반려인들은 가까운 함평 ‘T 반려동물 장례문화원’과 여수 ‘P 메모리얼파크’로 먼 길을 떠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는 광주·전남 곳곳의 반려인들이 몰려들어 한 달 평균 50~90여차례 장례식이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선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광주에도 장례시설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버리거나 동물병원 등을 통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다만 반려동물을 ‘쓰레기’ 취급하듯 버리는 데 거부감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광주시는 시민들의 장례시설 요구에 발맞춰 화장장, 봉안당(납골당), 장례시설을 포함한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시는 지난 2020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안)’을 발표하고 2024년까지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립 동물장묘시설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당장 부지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당초 광주시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 내 남는 부지에 동물장묘시설을 설립하려 했으나 주민들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영락공원은 사람 묻는 곳이지, 동물을 묻는 곳이 아니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9년에는 광산구의 한 상조회사가 삼도동에 화장장을 포함한 반려동물 장례시설을 만들고자 했지만, ‘혐오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빗발쳤고 결국 설립이 무산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는 땅값이 높은데다 화장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법적 사항도 복잡하고, 주민 반대가 거세서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들어서기 쉽지 않다”며 “당장은 영락공원 인근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부지 선정을 마무리한 뒤 예산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고 밝혔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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