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째 빼앗겼네 꽃다운 청춘/ 할머니 글은 서글픈 기록의 바다// 이웃 나라 소녀들이 끌려온 전쟁은/ 슬픔을 쏟아내는 평생의 상처로다”(노자와 마사코씨 ‘할머니의 노래’ 중에서)
일본 현지인들이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광주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최근 신일본부인회 야마나시지부의 60~80대 회원 6명이 광주 강제동원 할머니들의 자서전 ‘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을 읽고 쓴 시·감상문을 메일로 전달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신일본부인회는 여성과 아이들의 평화·행복을 지키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NGO 단체다. 이 단체 야마나시지부 회원들은 지난 3~4월 할머니들의 자서전을 읽고 감상을 나눴다.
책 ‘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은 시민모임과 일본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간한 책이다. 양금덕(92), 김성주(94)·정주(92) 자매 할머니가 일본에 끌려가게 된 경위와 현지 강제노역 생활, 해방 후 자식들한테도 다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모진 삶, 일본에 이어 한국 법정에서 싸워 온 힘든 여정 등이 담겼다.
당시 일본 내 단체들도 책 출판을 도왔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소송지원모임), ‘후지코시 강제 연행 강제 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 연락회’ 등의 도움을 받아 1500권을 인쇄, 일본 각지에 책을 배포했다.
신일본부인회 회원들 또한 나고야소송지원모임 대표 다카하시 마코토씨, 그 친구 모테기 마사히로씨를 통해 책을 전달받았다.
회원들은 감상문에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실상에 대해 전혀 몰랐다. 충격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야마다 히로미(77)씨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역사적 진실을 은폐·왜곡하고, 강제연행 사실을 감추고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야자키 노부코(71)씨는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일본 정부가 사과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라고만 생각했을 뿐,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생을 마감해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혀를 찼다. 또 니시오카 토미에(85)씨는 “언제나 전쟁이라는 것의 희생은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가슴이 아파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를 질타하고 할머니들과 연대하자는 목소리를 낸 이들도 있었다. 세키 이쿠요(84)씨는 “국가도, 기업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그런 다음 대화하고 보상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짚었다.
또 하야시 마리코(66)씨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 할머니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나가겠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노자와 마사코(88)씨는 시 ‘할머니의 노래’와 단가(短歌) 등을 써 보냈다. 할머니들의 처지를 ‘노예’에 비유하며 탄식하고, “전시(戰時) 하로 다시 돌아간 할머니의 오감을 강탈하는 자서전”이라며 공감을 전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을 접하고 깜짝 놀라는 일본인들의 반응을 보면, 그동안 일본 정부가 얼마나 많은 역사 왜곡으로 진실을 감춰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며 “최근 일본 정부의 교과서 역사 왜곡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있는 그대로 진실을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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